파티 크래셔

by frarang

겨우 재웠다. 물을 먹겠다며 수시로 거실을 들락거리며 잠을 안 자려는 저항 끝에. 겨우 재웠다. 침대를 이리저리 구르면서 누워있는 엄마 아빠를 향한 무차별 공격 끝에. 침대 한쪽 구석에 엎드려 자는 주아는 잠과의 사투에 끝내 졌다. 주아의 패배는 부모의 승리다. 번쩍 들어 자리를 옮겨 기저귀를 만져보고 윗옷을 바지 안에 넣는다. 다리를 쭉 편 후 이불을 덮어둔다. 팔과 다리를 빼고 덮어줘야 땀 흘리며 깨지 않는다. 얼굴을 옆으로 살짝 돌려주면 끝. 진정 오늘 하루의 끝이다.


가족의 시간이 끝나면 부부의 시간이 시작된다. 작은 탁자를 꺼내고 마주 앉고는 새로 산 맥주잔에 편의점 신상 맥주를 따른다. 요즘엔 나초에 마요네즈를 찍어먹는 것이 우리 집 최고의 맥주 안주다. TV 앞에 앉아 맥주 감별사로 시작해서 서로의 하루를 중계하기도 하며 오디션 참가자를 이러쿵저러쿵 심사하기도 하고 나 혼자 사는 연예인을 보며 빨랑 결혼이나 하라며 훈수까지 둔다. 피로가 몰리는 시간이지만 하루 중에 제일 편한 시간이다. 술도 먹었겠다 웃음소리도 목소리도 커진다. 아내는 내 목소리가 커질 때마다 주아가 깬다며 쉿 조용히 하라고 다그친다.


그 시각 안방의 주아는 잠결에 손을 옆으로 뻗어 엄마가 있는지 확인한다. 손이 닿지 않자 다른 손을 뻗는다. 사람의 촉감이 없자 이번에는 몸을 옆으로 굴러 엄마를 느끼려 한다. 그래도 엄마가 없으면.


“으앙, 으앙.”


아내는 깼다는 말과 동시에 안방으로 사라졌다. 아내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한참 후 문을 열고 까치발로 나오면서 입모양으로 ‘잠들었어’ 하며 벙긋거린다. 우리들의 시간은 계속된다. 다만 아내의 조용히 하라는 말이 많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주아를 재우고 하루의 클라이맥스가 시작됐다. 우리는 맥주를 마시며 히히덕 거리고 있는데 순간 멀쩡한 안방 문이 열렸다. 아내는 맥주잔을 들고 난 마요네즈 찍은 나쵸를 들고 순간 멈췄다.


“헉!”


아내와 나는 놀라며 같은 소리를 냈다. 주아가 안방 문을 열었다. 눈이 부셔 얼굴을 잔뜩 구긴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손을 뻗어 봤지만 아무 느낌도 없고 이리저리 뒹굴어봤지만 아무도 없으니 밖으로 나온 것이다. 울지 않고 직접 찾으러 나온 것이다. '어쭈 요것들 봐라' 하는 생각을 한 걸까? '나 빼고 자기네들끼리 뭐하냐' 하는 표정으로 우리를 보고 있다. 우리는 2초의 정적 끝에 동시에 귀여워를 외쳤다.

‘이 녀석, 엄마 아빠의 비밀을 알게 됐구나. 너를 재우고 몰래 여는 파티를, 그리고 가끔 이모도 초대되는 파티를.’


엄마가 옆에 없어도 사라진 게 아니라 거실에서, 부엌에서 몰래 파티를 여는 사실을 31개월 12일 만에 알게 되었다. 그러니 이젠 울기보다 당당히 문을 열고 자신만 빼고 여는 파티에 훼방을 놓는 수밖에.


아내는 또다시 순간이동을 하며 안방으로 들어가 주아를 재웠다.


‘참 많이 컸구나. 근데 주아야, 그거 아니?’

‘사실 네가 문을 열고 나오게 된 게 엄마 아빠는 한밤의 파티를 더 편히 즐길 수 있다는 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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