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거주시설이 해야 할 일
장애인 거주시설은 코로나19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그중 하나가 지역사회내 시설을 못 가는 것이다. 기관 정문을 나서는 일은 병원이나, 학교, 작업장 등 꼭 나가야만 하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굳게 닫혀있다. 마트니 목욕탕이니 공원이니 식당이니 하는 곳은 물론이고 당연히 미용실도 가지 못한다.
예전 같으면 지역의 미용실을 이용했었다. 제 돈 주고 원하는 스타일로 이발을 했었고 그렇지 못한 분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오시는 봉사자님의 가위손에 머리카락을 맡겼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외출과 봉사자 출입도 어려워지면서 미용실 이용도, 미용 봉사자 방문도 사라졌다.
참다못해 자원봉사센터에 의뢰하여 미용 전문 봉사자를 섭외했다. 하지만 이 역시 어려움이 있었다. 방문 조건이 까다로웠기 때문인데 방문 전날 코로나19 선제 검사를 받고 음성결과를 확인해야 미용봉사를 할 수 있었다. 얼마나 현실적이지 못한 방법인가. 대부분 미용실을 운영하는 분들인데 미용실을 비우고 검사를 받고 봉사를 해야 한다니 부탁하는 입장도 부탁받는 입장도 낮 뜨거워지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지역 미용실을 찾아 부탁하는 것이었다. 일정 금액을 지불할 테니 기관을 방문해서 미용을 해주실 수 있느냐는 거다. 대신 조건은 전날 코로나19 선제 검사. 쉽지 않은 제안이었지만 수락하신 분들이 계셔서 겨우 겨우 입주인의 헤어 스타일을 유지했다.
코로나 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방문 조건도 바뀌었다. 백신 2차 접종이 완료된 분들만 기관 방문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입주인들의 머리카락은 칠팔월이 지나면서 숲 속의 나무처럼 들판의 풀처럼 풍성해졌다. 다가오는 추석에 가족을 만나기도 해야하지만 앞으로 옆으로 뼡쳐 얼굴을 가리는 머리카락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가끔 이용하는 미용실이 있는데 새로 문을 연지 3개월 남짓 된 곳이다. 퇴근하며 이발을 하러 미용실에 들렀다가 대뜸 혹시 백신 2차 접종까지 하셨는지 물어봤다. 미용사 원장님은 두 번다 맞았다며 혹시 감염될까 봐 그러시냐고 어이없다는 듯 다시 물었다. 길 건너에 있는 장애인복지시설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인데요로 시작해서 자초지종 설명했다. 그런데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시는 듯했다. 비용도 지불할 테고 시간도 미용사님 편한 시간에 오시면 된다고 했는데도 망설이는 것을 보니 비용이 적은가 싶었다. 머리를 감겨주지 않아도 되고 잘라만 주시면 된다고 다시 한번 설명을 드리자 알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흔쾌히라는 느낌은 없었다.
약속 전날 기관을 둘러보고 이발할 장소을 안내드리기 위해 미용실을 찾았다. 기관으로 함께 걸어가며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더니 그냥 봉사로 해 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고 이야기하셨다. 그러면서 장애인은 한 번도 이발을 안 해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조금의 두려움과 어색함을 이야기하셨다. 그래서 그러셨구나. 금액을 적게 드려 망설이신 게 아니셨구나. 장애인 분들과 마주한 경험이 없으셔서, 장애인의 머리를 자르는 것이 처음이어서 그러셨던 것이었구나. 이제야 찝찝했던 마음과 오해가 풀렸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세상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데.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익숙해지면 자연스러워지듯 주변에서 자주 보고 만나면 편하게 말도 걸고 도와줄 수 있을 텐데. 그렇다면 차별이니, 인식개선이니 하는 말들도 줄어들 텐데.
장애인 거주시설은 시설 안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여 장애인과 함께 하는 눈물겨운 경험을 주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입주인이 지역사회로 나가 사람들 옆에서 이발을 하고 식사를 하면서 함께 살고 있음을 알리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알 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