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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rang Nov 18. 2021

기정떡 열 상자

그렇게 후원자가 된다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여기 떡집인데요 혹시 떡 드리면 드실 수 있나요? 오늘 만든 떡입니다." 

“그럼요. 저희는 없어서 못 먹어요.”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태어나서 처음 통화해보는 사이지만 능청스레 농담을 섞었다. 웃음으로 뜬금없는 농담을 받아주셨다. 농과 웃음이 오가니 어색한 분위기가 조금 녹았다. 내발산동에 있는 떡집인데 생각이 나서 떡을 보내고 싶다고 연락을 주신 것이었다.      


몇 분 후 떡을 갖고 오셨다. 사무실로 모셔 따뜻한 커피를 대접했다. 저희를 어떻게 알게 되었냐를 시작으로 대화가 시작 됐다. 지난 추석에 입주인 가족 중 한 분이 떡을 주문해 기관으로 보내셨는데 떡을 주문한 곳이 바로 전화를 준 이 떡집이었다. 사장님이 직접 배달을 하셨다. 처음에는 특수학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마당에서 노는 장애인 분들을 보고 특수학교 앞 건물이 장애인복지시설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장애인복지시설이 있는 줄 몰랐다고 한다. 가끔씩 복지시설에 떡을 후원하는데 조금 거리가 있는 곳이라고 한다. 이곳을 일찍 알았더라면 자주 드렸을 텐데 라며 아쉬움 반 미안한 반 섞인 미소를 지으셨다.      

“사실 저도 장애가 있거든요. 그래서 이왕이면 장애인 분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왼손에 감겨있는 붕대. 말은 안 했지만 처음부터 눈에 띄었던 붕대였다. 우리의 시선은 그분의 손을 잠시 스치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리고는 어제 소방서에서 단체 주문이 들어와 장사가 잘됐다며 이럴 때 도와줘야 한다고 이야기하셨다.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장사가 잘되었으니 감사했고 그 감사함을  어려운 이웃에게 베풀며 보답하려는 것이었다.  이런 분이 정말 계시는구나…     


3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사장님은 자기 입으로 하는 이야기가 쑥스러운지 눈도 잘 맞추지 못하시며 괜히 뜨거운 커피잔만 들었다 놨다 했다. 감사 인사와 또 떡을 주시겠다는 약속을 주고받고 안 찍겠다는 사진을 억지로 찍은 후 보내드렸다.      


후원자를 한 명 한 명 만들어가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리 애써도 잘 되지 않는 일이 종종 쉽게 일어난 걸 보면 사람들은 선한 마음을 꼭꼭 숨기고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러다 가끔 그 마음이 꿈틀거리면 무엇으로라도 표현하나 보다. 두둑해진 주머니를 보고 꿈틀대던 떡집 사장님의 마음이 기정떡 열 상자를 들고 우리를 찾아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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