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개월 24일
요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가장 관심이 많은 연중행사는 아마도 할로윈 데이일 것이다. 그날이 되면 아이들은 무섭거나 재밌거나 혹은 유행하는 캐릭터로 분장하고 한 손엔 친구들에게 줄 사탕이나 초콜릿 따위를 들고 등원한다. 캐릭터도 가지각색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로 변신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게는 엄마들의 욕심에 따라 분장이 정해진다. 독특하거나 관심받을 만한 캐릭터를 선점해야 한다.
작년에 처음 어린이집을 다닌 주아의 첫 할로윈 분장은 강시였다. 다리까지 내려오는 붉은색 치파오를 입고 황제가 쓰는 듯한 모자를 썼다. 모자에는 댕기머리 모형이 붙어있어 진짜 머리를 땋은듯하다. 이마에는 노란색 부적을 붙이고 등원했다. 진짜로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캐릭터였다. 선생님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너무 귀엽다고 난리도 아니었다, 몇 날 며칠의 고민 끝에 결정한 강시 분장이 기대하던 관심을 받자 아내는 매우 만족해했다. 한동안 강시로 변한 주아 사진을 보고 한참을 웃곤 했다.
올해도 할로윈 데이가 찾아왔다. 아내는 뭘로 분장해야 재밌을까, 남들이 안 하는 캐릭터는 없을까 한 달 전부터 고민이다. 오랜 고민 끝에 정해진 캐릭터는 바로 조커다. 친구에게 받았던 검은색 정장과 남색 난방을 입고 새로 구입한 보라색 넥타이 매고 이마에는 하얀색으로 눈가엔 검은색으로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 마스크에는 빨간색으로 웃는 입모양을 그려 넣어 찢어진 입을 표현했다. 그리고 한 손엔 장난감 권총을 쥐었다. 아침 일찍 분장하고 통원 버스를 타러 나갔다. 지나가던 어른들은 주아를 보고는 놀란다. 잠시 흠짓 하더니 바로 웃는다. 자주 가는 편의점 직원도 눈과 입을 크게 벌리며 놀라더니 진짜 멋있다며 엄지를 세워 칭찬해준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내는 게 어색한지 주아는 웃는 입이 그려진 마스크 틈으로 다음부터 할로윈 안 할래라며 엄마에게 속삭였다. 아내는 멋있어서 그러는 거라며 달랬다. 드디어 통원버스가 왔다. 선생님이 내려 주아를 보더니 바로 아내에게 '어머니 너무 멋있는데요' 라며 처음 본 분장에 감탄하고 아내의 노력에 감동했다. 버스에 탄 아이들을 보니 백설공주, 아이언맨, 번개맨, 공룡이 보인다. 역시 주아가 제일 독특하고 유일한 캐릭터다.
아내는 같은 반 친구들은 어떤 분장을 했는지 궁금했다. 어린이집에서 사진을 보내올 때까지 기대하고 긴장했다. 저녁 7시쯤 되어서야 사진이 왔다. 함께 찍은 사진을 보니 역시 주아의 분장은 아무도 따라올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도 너무 깜찍하고 귀여웠지만 얼굴까지 색을 칠한 아내의 열정엔 가소로운 사랑스러움이었다. 아내는 담임 선생님께 행사 준비하느라 고생했다는 문자를 보냈다. 바로 답장이 왔는데 아내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왜 그러냐 물었다. 아내는 담임 선생님이 주아 보고 프랑켄슈타인 이랬다며 웃음과 짜증이 섞인 말투로 답했다. 며칠을 고민하고 고생하며 실컷 조커를 만들어놨더니 프랑켄슈타인이 돼버렸다며 허탈해했다. 아무리 봐도 프랑켄슈타인은 아닌데, 어떻게 조커를 모를 수 있지 하다가도 그래도 주아가 제일 튀었다며 아쉬움을 토닥였다.
친구들에게 많은 사탕과 초콜릿을 받아온 주아는 집에 오자마자 몇 개씩 까먹으며 좋아했다. 다시 할로윈 할 거지 묻자 하겠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할로윈을 준비하며 즐거워했던 아내와 할로윈 행사로 달콤한 선물을 주고받은 주아. 아내와 주아 모두 즐거운 할로윈 데이였다.
단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오해만 없었다면 더 완벽했을 텐데.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