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선물

48개월

by frarang


주아의 다섯 번째 생일을 맞아 캠프를 다녀왔다. 섬을 넘고 넘어야 갈 수 있는 영흥도 장경리 해수욕장으로 떠났다. 우리 가족, 장인 어른네, 처형네 가족, 처제네 가족 그리고 처 외삼촌네 가족이 함께 했다. 자그마치 어른 10명, 아이 3명. 텐트도 4개나 설치했다. 2박 3일간의 일정이었다. 서해를 품은 섬이라 조수의 차가 컸다. 오전에 물이 빠졌다가 오후에 물이 찼다. 물이 빠진 자리는 검흑색 맨살을 드러냈다. 우리는 물놀이 대신 갯벌 놀이를 했다.


초등학생 1, 2학년 처제네 아이들과 주아는 작은 바구니와 호미, 모종삽을 들고 갯벌을 뒤집고 다녔다. 게와 망둥어를 잡기 위해서다. 나와 동서가 번갈아가며 아이들과 함께했다. 망둥어는 보이지 않지만 게는 크고 작은놈으로 많이 보인다. 게를 잡으며 푹푹 빠진 발을 앞으로 앞으로 내딛다 보면 갯벌 한가운데서 길을 만난다.


갯벌 중간쯤엔 큰 직사각형 콘크리트 구조물을 바닥에 깔아 길을 만들었다. 해수욕장 오른쪽 끝에서 중간쯤까지 길은 이어진다. 길을 따라 끝으로 가면 갯벌 체험을 하는 곳이 나온다. 갯벌 체험 장소는 조개가 많이 잡히는 곳이다. 갯벌 체험을 신청하면 바구니와 호미를 주는데 마음껏 조개를 캘 수 있다. 그곳까지 가기 위해선 트랙터가 끄는 열차를 타고 가야 한다. 그냥 가려면 갯벌을 가로질러야 하기 때문에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래서 콘크리트 구조물로 트랙터 열차가 다니는 길을 만든 것이다. 트랙터 열차는 캠핑장 입구에서 손님을 태우고 갯벌 체험장까지 갔다가 체험이 끝난 손님들을 태우고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온다. 움직일 때마다 시선이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게 트랙터 소리도 요란하지만 열차에서 들리는 신나는 동요가 눈까지 사로잡는다. 우리는 허리를 숙여 게를 잡다 동요 소리가 들리면 열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사람들이 많이 탈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었지만 그 누구보다 열차 운전사가 제일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둘째 날 오전, 물이 완전히 빠지자 아이들은 또다시 게를 잡으러 출동했다. 이번엔 내가 동행했는데 맨발로 아이들을 따라갔다. 앞에서만 놀겠거니 했는데 점점 앞으로 가더니 어느새 트랙터 열차 길까지 와버렸다. 아이들은 신발이 빠졌다며 울먹이고 신발을 꺼내면 다시 한 녀석이 도와 달라하고 이렇게 세 명을 돌보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다. 나는 발바닥이 아팠다. 돌과 줄따개비를 밟으며 발바닥에서 통증이 왔다. 당장이라도 주저 않고 싶었다.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고 아이들을 두고 갈 수도 없고. 날 놀리는지 기가 막힌 타이밍에 트랙터 열차가 동요를 부르며 오고 있었다. 오고 가는 열차에 손을 흔들었다. 그때 내가 큰 소리로 말했다.

“애들아! 저 열차 타고 싶지?”

“네”

아이들은 눈이 동그래지며 동시에 대답했다.


우리는 콘크리트 길에 올라 열차가 회차하는 갯벌 체험장 쪽으로 걸었다. 가는 동안 아이들과 이야기했다.

‘태워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태워 줄라나?’

‘갯벌 체험하는 사람들만 태워주는 것 같은데’

‘안 태워주면 어떡하지?’

무엇보다 나는 발바닥이 아파 이상 걷기가 싫었다. 갯벌체험장에 도착할 무렵 멀리서 열차가 오고 있었다. 우리는 온다를 외치며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갯벌 체험장에 도착해 갯벌 체험을 진행하는 담당자에게 열차를 탈 수 있는지 물어봤다. 담당자는 우리를 위아래로 보더니 옷과 발이 더러워서 탈 수 없을 거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걱정보다 빨리 도착한 열차. 나는 트랙터 열차 운전사에게 다가가 물었다.


“혹시 저희 태워줄 수 있어요?”

운전사는 태워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저희가 옷이랑 발이 더러운데 괜찮아요?”

“그럼요 괜찮아요.”

나는 뒤돌아보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애들아 우리 태워준데.”

열차에는 우리만 탑승했다. 바람이 우리의 머리를 흩날렸다. 옆에 탄 아이들의 표정을 바라봤다. 머리카락이 뒤로 젖혀지면서 아이들의 얼굴이 온전히 드러났다. 옅은 미소가 띄어 있었다. 좌우를 번갈아보며 한없이 펼쳐진 갯벌을 바라봤다. 저 멀리 보이는 가지 각색의 텐트와 해수욕장과 갯벌의 수많은 사람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이들도 나도 아무 말 없이 그저 천천히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봤다.

어른의 직감으로 이 경험은 아이들도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거라 확신한다. 뜻밖의 행운을 만난 경험, 히치 하이킹처럼 우연이 주는 짜릿함을 맛봤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신난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웃으며 오래도록 기억될 추억 하나 만들어줬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다.

이번 여행이 주아에게 큰 선물이었으면 좋겠다. 아니 큰 선물이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했던 기억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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