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arang Aug 20. 2022

할아버지, 할머니

50개월 15일


며칠 전 주아가 갑자기 울었다. 아내와 내가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듣더니 큰 소리로 울음을 터트린 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되지 마”.

엄마, 아빠 더러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지 말라며  것이었다. 우리는 어이가 없었다. 아내는 주아를 안아 눈물을 닦아주고 이마와 볼에 뽀뽀하며 달랬다. 뜬금없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지 말라며 우는  어떤 이유인지 궁금했다.

“주아야, 근데 왜 할아버지 할머니 되지 말라며 운 거야?”

주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몇 번을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았다. 우린 그냥 주아를 꼭 안아주었다.


나는 혼자 생각했다. 주아는 왜 울었을까. 혹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면 같이 못 놀아줘서 그런가, 아니면 엄마 아빠 얼굴에 주름이 많은 모습이 싫어서 그런 걸까, 힘이 없는 모습이 싫어서 그런 걸까 이런저런 생각은 죽음까지 닿았다. 혹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면 자기 곁을 빨리 떠날까 봐 그랬던 걸까? 갑자기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나는 아내 품에 있던 주아를 번쩍 들어 꼭 안아주었다. 내 생각이 너무 앞선 건지 아닌지는 오직 주아만 알 뿐이다. 어찌 됐건 아이가 운다는 건 속상한 일이다. 이후에도 이런 일이 몇 번 있었다. 주아는 아직도 이유를 말하지 않고 있다.


주아가 말을 안들을 때 아내의 무기가 하나 더 생겼다.

“너 말 안 들으면 엄마 빨리 할머니 될 거야.”

이런 말을 하면 주아는 안돼 하며 울먹인다.

여기서 내가 한 수 더 뜬다. 나는 목소리를 할아버지처럼 변조하여 말한다.

아이고 주아야,    들어서 아빠 할아버지 됐다.”

목이 잔뜩 힘을 주고 신음소리에 말을 섞으며 말을 이어갔다.

“너 장난감 정리 안 할 거야?.

아내는 애쓰는 나를 보며 주아는 관심도 안 주는데 혼자 오버하지 말라한다. 내가 꿋꿋하게 쉰 목소로 말하자 주아가 다가와 한마디 한다.

“아빠 그러면 사레걸려.”

난 그 말에 한참을 웃었다.


웃기고 울리고 요즘은 못하는 말이 없다. 어느새 많이 컸다. 아이가 커가는 걸 보고 있으면 부모는 늙어가는 줄 모른다. 주아야,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모습이 변한다 한들 우리는 영원한 너의 엄마 아빠 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