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개월 25일
현관문을 열고 한걸음 들어가자 센서 등이 켜졌다. 거실엔 불이 꺼져 있었고 전구색 빛이 옅게 물들여져 있었다. 퇴근이 늦었다. 아내는 주아를 재우러 방에 들어갔구나 싶었다. 중문을 조용히 닫고 가방을 내려놓자 노랫소리가 들린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아빠의…”
주아가 어둠 속에서 초가 켜진 케이크를 들고 나타났다. 해피버스 데이가 쓰인 머리띠를 두르고 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줬다.
아내와 주아가 계획한 생일 이벤트였다. 케이크는 낮에 산 마카롱으로 만들었고 주변은 시리얼로 장식했다. 엄마랑 편지도 만들었다. 아빠, 주아, 생일, 나이를 나타내는 숫자 그리고 사랑을 쓰려다 랑 자가 어려웠는지 사 옆에 하트 모양이 그려진 편지였다. 나는 한참 동안 주아와 편지를 번갈아 봤다. 올라간 입꼬리는 좀처럼 내려올 생각을 않는다. 우리는 마카롱처럼 작지만 달콤한 파티를 했다.
처음이던 세상의 모든 것을 오감으로 느끼며 받아들이고 알아가다 어느새 그것들을 표현하는 나이가 됐다. 울고 웃던 생존이 표현들은 안아주고 뽀뽀하고 떼쓰는 감정의 표현 바뀌었다. 더듬더듬 두세 단어로 언어의 표현을 시작하다 이제는 글과 그림 그리고 주관적인 말과 행동으로 타인을 위한 표현을 하게 됐다. 한없이 베풀어야만 할 줄 알았는데 베풀 수 있게 된 아이. 아이의 성장은 내 존재를 더 선명하게 해 준다. 잘 자라준 고마움과 더 아끼고 사랑해주지 못한 미안함이 엉켜 목울대로 넘어오려는 것을 겨우 삼켰다. 내 생애 최고의 생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