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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rang Oct 06. 2022

읽기

51개월 20일


주아가 한글을 읽기 시작했다. tv 자막을 읽으려는 모습에 놀라서  표지며 어린이집 교재며  글자들을 읽어보게 했다. 받침이 없는 글자들은 거의  읽었다. 아내와 나는  글자씩 읽어  때마다 감탄사를 내뱉었다. 며칠 욕심을 내어 받침이 있는 글자도 알려주자 이젠 웬만한 글자는  읽는다. 글을 읽는  신기하지만 배우는 속도에  놀라고 있다. 우리 부부는 특별히 한글을 가리킨 적이 없는데도 이른 나이에 글을 읽는  보며 눈썰미가 좋다느니 언어 감각이 남다르다느니 자화자찬 중이다.  아내에게  살부터 한글을 읽었는지 물었고 초등학교 때부터라고 하니 일곱 살부터 읽기 시작한   아닌 싶어 괜히 어깨에 힘을 주기도 했다.


주아가 글을 읽기 시작하니 괜한 기대들이 생긴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예닐곱 살이 되면 자연스럽게 글을 읽게 되겠지만 글자에 대한 호기심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어를 배우는 단계를 넘어 읽기에 대한 흥미와 재미로 이어갔으면 좋겠다. 읽기를 통해 상상의 세계도 자주 드나들고 미궁 속으로 빠져보기도 하며 다른 사람으로도 살아봤으면 좋겠다.


점점 읽는 것보다 보는 것이 익숙해지는 풍속에서 주아의 십 대, 이십 대는 어떤 세상이 될지. 지금도 식당을 가거나 빈 시간이 있으면 유튜브를 보여준다.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도 많지만 모든 감각이 발달하는 시기에 잦은 이차원적인 노출에 미안할 때가 많다.


주섬주섬 작은 입과 혀를 굴려가며 한 글자씩 읽어가는 모습을 보며 한강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인상을 찌푸리는 상상을 해본다. 이제 걸음마를 한 아이에게 오래 달리기를 기대하는 건 아닌지 내 욕심에 웃음이 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젠 주아와 세상을 연결해주는 방법이 또 하나 생긴 것이다. 으슥해진 어깨가 괜히 무겁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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