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by frarang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살까. 책에서 만나는 기발한 이야기나 숨 멎게 하는 문장을 만날 때 드는 생각이다. 나와 같은 걸 보고 비슷한 경험을 했을 텐데 그 사람들은 어떻게 웃음과 눈물, 위로와 한숨을 만들어낼까. 글을 잘 쓰고 싶은 나는 늘 궁금했다.


해답을 찾기 위해 작가들의 북토크 행사를 가거나 수많은 인터뷰 기사와 영상을 찾아봤다. 거기서 얻은 정보로 그들을 따라 해보기도 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차를 마신다는 작가를 따라 차를 구입해 음미해보고 좋아하는 음악을 플레이 리스트에 추가하고 자주 가는 산책 장소를 따라 걷고 단골 카페나 식당도 가봤다. 그들이 느끼는 감각을 나도 경험하고 싶었다. 그러면 조금이나마 비슷한 생각이 떠올라 좋은 글을 쓸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알게 되는 건 재능, 직업적 노력, 누적된 경험의 결과라는 벽 앞에 서게 됐다. 역시 그냥 되는 건 없지, 뭐든 타고 나거나 오랜 세월 꾸준히 헸거나 둘 중 하나였다. 벽은 더 높게 쌓였다.


그럼에도 나는 쓰는 행위가 좋아 종종 글을 쓴다. 내 글이 위로가 되길 바라며, 새로운 시각을 전하길 바라며, 내 생각에 동의하길 바라며 쓴다. 하지만 공감 가지 않는 사유를 늘어놓거나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문장력, 맥이 끊기는 구성으로 다 쓴 글 앞에선 늘 부끄럽고 작아진다. 어떨 땐 꼭 써야 하나 싶은 생각까지 든다.


얼마 전 소설을 새로 출간하며 쓴 한 작가의 에세이를 읽었다. 문학 하는 사람의 마음 마음을 적은 내용의 에세이였다. 글을 읽다 한 문장 앞에 멈췄다. 선물 같은 문장이었다. 대가가 알려주는 좋은 글을 쓰는 팁처럼 느껴졌다. 기술적인 정보는 아니었다. 글 쓰는 사람의 태도, 결국 글을 쓰는 것이란 이런 것이다 라는 자기 고백의 내용이었다. 나는 이 문장을 읽고 위로와 희망을 얻었다. 누구나 글을 쓰는 건 어렵다는 걸, 좋은 글을 쓰는 위해 필요한 마음은 무엇인지를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나는 외향적인 인간도 모험심이 강한 작가도 아니다. 다만 어떤 이야기를 보다 잘 전달하고 싶은 욕구나 기술적 고민을 거듭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어떤 상태를 유지하려 노력하게 됐다. 항상 감각을 열어두고 자극을 받아들이며 편견을 교정하려 애쓰게 됐다. 물론 실패할 때도 많지만 나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바깥 세계를 내 살갗으로 하나하나 생생하게 느끼고 해석하고 싶은 욕구를 갖게 됐다.’

- 김애란 ‘그랬다고 적었다'. 중에서-


그렇다면 나도 이런 자세로 다른 사람과 세상에 귀 기울이고 마음을 보탠다면 위로와 희망의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타인과 주변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남의 일을 내 일처럼 느낀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런 수고로움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걸 알게 됐다. 작가는 이런 연습과 시도가 쓰는 삶을 보다 좋은 곳으로 이끌어줬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타인에 공감하고 세상을 평등하게 바라보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되는 것이었다. 결국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노력은 좋은 삶을 살기 위함과 같은 것이었다. 좋은 삶이 힘들 듯 좋은 글 쓰기도 쉽지 않다는 것. 좋은 삶을 살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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