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uFrau's Frau-04
여성의 자유를 표현하기 위한 콘텐츠의 일환으로 역사 속 인물을 조명해 보는 'FrauFrau's Frau'의 네 번째 주인공은 15세기 프랑스 왕국의 전설적인 군인 아르크의 잔, 일명 '잔 다르크'입니다. 실존했던 전설의 영웅으로 익히 알려진 잔 다르크, 특히 강인하고 진취적인 여성 영웅을 상징하는 심볼로 원더우먼과 함께 현재까지도 널리 사용되는 인물이죠. 원더우먼이 사실 코믹스 속 가상 인물임을 고려하면 실존했던 잔 다르크의 영웅적 서사가 더욱 놀랍게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잔 다르크는 얼마나 위대한 업적을 이룬 인물일까요? 잔 다르크의 삶을 통해 '여성의 자유'의 가치와 주체적 여성의 상징성을 탐구해 보고자 합니다.
프랑스의 역사적인 구국의 영웅이자 수호성인인 잔 다르크는 1412년 프랑스 왕국 북동부의 작은 마을 동레미에서 평민 출신으로 태어납니다. 그녀의 이름 속 '다르크'는 그녀가 태어났던 동레미 지역의 '아르캉바루아'에서 따왔다는 설이 있습니다. 따라서 '잔 다르크'라는 이름은 사실 '아르캉바루아에서 온 잔'이라는 뜻입니다. 그녀의 정확한 이름은 '잔', 또는 '주안', '존', '요안나' 입니다.
그녀는 13세 때 집 근처 정원에서 천사와 성인을 마주하고 하느님의 계시를 받았다고 합니다.(그녀 스스로 주장한 이야기로 일종의 환시를 겪은 것으로 예상) 16세 때, 잔 다르크는 친척을 통해 보쿨뢰르라는 지역으로 갑니다. 그리고 그곳의 프랑스군 경비대 대장을 만나 자신에게 전쟁의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묘책이 있다고 말합니다. 지금으로 치면 16살 여중생이 지방 부대의 사령관을 찾아가 자신에게 전쟁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어필하는 모습이겠네요.
결국 잔 다르크의 진심에 감동한 경비대 대장은 그녀를 왕가가 있는 시농 성에 데려다줍니다. 잔 다르크는 그곳에서 전쟁통에 공식적인 왕위 계승을 못해 비공식 국왕으로 군림하던 도팽 샤를(훗날 '샤를 7세')을 알현합니다. 잔 다르크는 왕에게 전쟁에 이길 수 있는 묘책을 설명하고 자신에게 갑옷, 무기, 병사, 심지어 지휘권까지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리고 왕가와 신하들의 여러 설왕설래를 거쳐 결국 잔 다르크는 자신이 요청한 모든 물자와 권한을 위임받고 적군들에게 완전히 포위된 '오를레앙'으로 향합니다.
잔 다르크가 활동한 시대는 프랑스와 잉글랜드, 두 왕국의 치열한 전쟁이 계속된 시기입니다. 그 이름도 유명한 백년전쟁(1337-1453)인데요. 무려 100년이나 지속된 전쟁의 말기에 태어난 잔 다르크는 그녀의 최고의 업적으로 칭송받는 1429년의 '오를레앙 전투'를 시작으로 공식적인 프랑스 국왕의 탄생을 가능케 했던 '랭스 탈환'까지 엄청난 기세로 완수해 갑니다.
사료에 따르면 진격과 승전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잔 다르크는 목에 화살을 맞거나, 투석기가 쏜 바위에 머리를 맞는 등 죽음의 고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살아남아 뛰어난 전략·전술로 프랑스군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잉글랜드의 항복을 파죽지세로 받아냅니다.(우리나라로 치면 무력과 전술 모두에 사기급으로 능했던 이순신 장군이 떠오르는 대목이네요.)
심지어 그 모든 과정이 1429년 한 해에 다 일어났는데요. 90년 넘게 지속되면서 어느새 정치인들의 노름판이 되어버린 백년전쟁의 분위기를 하느님의 계시를 받았다는 17세의 소녀가 1년 만에 완전히 바꿔놓은 것이죠. 이로써 역사의 흐름이 바뀌게 됩니다. 그녀의 공로로 백년전쟁은 성스럽게 끝난 종교전쟁으로 포장되었고 후대에도 프랑스의 국민 의식을 고취하는 계기가 됩니다.(훗날 프랑스 혁명이나 나폴레옹 전쟁 시기에 잔 다르크는 계속 회자되었다.)
엄청난 활약이 있었던 1429년 이듬해 잔 다르크는 잉글랜드 군에게 생포되어 종교재판을 받게 됩니다. 프랑스를 음해하고자 했던 잉글랜드는 잔 다르크를 마녀로 모는 것에 적극적이었는데요. 정작 이 과정에서 잔 다르크 덕분에 왕위를 계승한 샤를 7세는 그녀를 위한 어떠한 국가적 노력도 취하지 않습니다. 결국 자신이 복권시켜준 조국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그녀는 2년여의 오랜 재판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린 문맹 소녀였던 잔 다르크는 잉글랜드의 베테랑 판관들의 심문에 맞서 놀라울 정도의 논리와 이성적인 반론으로 그들의 말문을 여러 번 막히게 합니다. 또 남성들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정조를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전투 때부터 재판 때까지 계속 남장을 합니다.
그리고 1431년 5월 잔 다르크는 루앙 지역의 한 광장에서 밧줄로 장대에 묶입니다. 군중들이 보는 앞에서 화형을 당한 것입니다. 그녀는 형이 집행되기 전 광장에 있던 수사들에게 형이 집행되는 동안 자신의 앞에서 십자고상을 높이 들어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죽는 그 순간까지 성녀의 모습이었던 것이죠.
프라우프라우가 잔 다르크를 기억하려는 이유는 그녀의 삶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자유로운 여성'의 모습을 엿봤기 때문입니다. 전쟁통에 태어나 평생 전쟁만 하다가 조국의 무관심 속에 19살의 나이에 마녀사냥으로 사망한 그녀의 삶이 도대체 어디가 자유로운지 의구심이 드실 텐데요.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말마따나 자유로움이란 "부끄러움이 없는 상태"이며, 칸트는 "자유란 자기 내면의 규율을 철저히 지키는 자율"이라고 했습니다.
무엇 하나 자유로울 수 없는 시대에 태어나 자신의 능력, 실천력, 지혜, 용기, 신념을 바탕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꾸준히 이루어 나간 어린 소녀는 그 누구보다 부끄럽지 않고, 그 누구보다 자기 내면과 자존을 철저히 지켜나간 인물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여성의 자유',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상의 표본, 나아가 현대 페미니즘의 자구책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배경 Image 중앙일보
내용 Image 나무위키
Subscribe @프라우프라우
Be Free Be Fr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