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05
지난 8일 BBC뉴스코리아가 기고한 기사의 헤드라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왜 휴머노이드는 대부분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러고 보니 뉴스 자료 등을 통해 봐온 휴머노이드(인간의 형태를 모습으로 한 로봇)는 거의 다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봐왔지만 BBC의 이번 기사를 보면서 그 이유가 새삼 궁금해졌는데요.
휴머노이드뿐만 아니라 목소리 형태의 인공지능(AI) 스피커 역시 대부분 여성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AI 산업에서는 왜 여성의 모습을 자주 차용할까요? BBC뉴스코리아의 기사를 통해 그 내막을 살펴보고 프라우프라우의 가치인 '여성의 자유'와 맞닿아 있는 지점이 있을지 탐구해 보고자 합니다.
지난달 7일 UN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의 주최로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AI for Good'이라는 컨퍼런스가 열렸습니다. 당시 해당 행사는 국제적으로 큰 화제가 되었는데요. 세계 최초로 AI가 기자 및 제작자들의 질문에 직접 대답하는 기자회견이 마련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에는 인간과 유사한 신체 구조를 가진 9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참석하여 사람과 대화하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소피아, 나딘, 미카, 에이다, 그레이스, 데스데모나 등 컨퍼런스에 모습을 드러낸 대부분의 휴모노이드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겉모습이 여성을 닮았다는 것입니다. 제작자들은 어떠한 연유로 여성의 외모를 닮도록 디자인한 걸까요?
애당초 여러 AI 스피커의 초기 목소리 설정이 여성인 점에 대해 성차별적 편견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종종 제기된 바 있습니다. 제작자들마다, 그리고 여러 이해관계에 따라 그 이유는 천차만별이겠지만, AI가 여성의 모습인 데에는 때로 이보다 더 악의 없는 이유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바로 개발자들이 자기 모습을 모델로 삼았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휴머노이드 ‘나딘’의 개발자 나디아 마그네나트 탈만은 나딘을 자신의 '로봇 셀카'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나아가 성차별이 아닌 오히려 성 평등의 관점으로 이를 볼 수도 있습니다. 19세기 영국의 여성 수학자이자 세계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불리는 에이다 러브레이스에게 영감을 받아 제작된 휴머노이드 '에이다'의 개발을 이끈 리사 제비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에이다가 여성의 모습인 데에는 예술과 기술 분야에서 목소리가 제대로 대변되지 않는 여성들을 위한 부분이 존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성차별적 부분에 대한 우려도 분명 존재합니다. 미국의 로봇공학자 칼 맥도만은 연구결과를 통해 사람들은 대부분 남성보다는 여성의 목소리를 선천적으로 선호한다는 취지의 결론을 발표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가 진행되기 전부터 이미 기업들은 여성의 목소리로 AI 스피커를 개발해 왔고, 이러한 현상은 분명 남성보다는 여성이 고객 서비스 분야에 더 적합하다는 사회적 성 고정관념이 있음을 방증한다고 맥도만은 설명합니다.
나아가 AI의 여성 목소리 설정이 더 대중화되면 이러한 고정관념이 더욱 강화될 것이고, AI가 보통 사용자에게 매우 공손한 태도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이는 성차별적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그는 언급했습니다. 아울러 가능성적인 측면에서 남성의 성차별적 판타지를 부추길 수도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휴머노이드가 인간에게 위협적이지 않은 존재임을 드러내기 위해 여성의 모습을 취한다고 설명합니다. 초기 휴머노이드가 대부분 어린아이의 모습을 가졌었고, 오늘날 성인 여성의 모습을 가지는 것 역시 인간에 대한 반란과 지배의 야욕을 품은 인공지능에 대한 판타지적 관념을 해소하고 그러한 부분에서 오는 두려움과 선입견을 상쇄하기 위한 장치라는 것이죠. 전 세계인들이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나 '아이, 로봇' 등의 미디어와 콘텐츠를 통해 쌓은 관념이 휴머노이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굳어진 것도 분명 존재하는 듯합니다.
또, 남성 지배적인 로봇 업계의 현황과 휴머노이드의 순종적이고 다양한 활용성을 고려하면 분명 성적 대상화 측면에서 이를 지켜볼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휴머노이드와의 성관계를 넘어 포르노 로봇, 섹스돌 등 자칫 해당 산업과 사회 분위기 전반은 물론 인류의 성문화나 사고방식을 왜곡시킬 수 있는 로봇 성 산업이 확대되는 것에 대해 우리 모두가 경각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성의 자유를 응원하고 표현하는 프라우프라우는 이번 BBC의 기고글에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휴머노이드를 비롯한 인공지능은 분명 우리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발전시켜줄 수 있는 최대의 동력이 될 것입니다. 여성들의 삶, 표현의 자유, 사회적 기회, 보장된 안전, 이념적 개방성 등 '여성의 자유'의 가치를 다방면으로 고양시켜줄 수 있는 도구임에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일면이 있다는 것은 반드시 반대되는 측면도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휴머노이드 산업이 여성에 대한 성 착취와 그러한 부분에 대한 사회적 관념을 크게 낙후시키고 성차별 및 무분별한 젠더 갈등, 그리고 극단적이거나 왜곡된 페미니즘에 불을 지필 도화선이 될 가능성도 큽니다.
핵심은, 휴머노이드든 무엇이든 간에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어떻게 사고하고 어떻게 행동하며 무엇을 표현하고 실천하냐에 따라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수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갈 수도 있음을 자각하는 데 있습니다. 여성의 자유에 대해 능동적으로 행동하고 표현하는 것이 그 작은 단초가 될 수 있음을 알기에, 프라우프라우는 오늘도 움직입니다.
썸네일 Image BBC NEWS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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