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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n Feb 02. 2021

연차가 30일인 나라, 독일

내가 본 독일의 노동환경

독일에 와서 일을 한 지 딱 3년이 되었다. 길지 않은 시간동안 여러 번 회사를 옮기면서 독일의 노동환경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많았다. 그리고 여러 단계를 거쳐 나름의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오늘 나누어 볼 나의 의견들은 이 한 문장에서 시작된다.


독일은 고액 연봉이나 커리어 욕심 없이
편하게 일하고 싶은 직장인에겐 완전히 이상적인 나라
첫 번째 키워드: 고액 연봉?

독일의 2019년 기준 평균임금은 3,994유로다. 한화로 환산하니 무려 465만원의 월급이 평균값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고액 연봉 욕심이 없는 사람에게 잘 맞는 나라라더니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어디까지나 이 급여는 세금을 떼기 전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독일의 세금은 정말이지 살벌하다. 일반적인 월급 생활자는 보통 35~45%를 세금으로 낸다. 이 안에는 의료보험, 고용보험 등 각종 필수 보험료가 포함되어 있으며 소득이 높을수록 세금은 더 올라간다. 재밌는 건 보너스 같은 비정기소득의 세금은 50%라는 사실. 보너스로 천 만원을 받는다면 50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물론 세금이 높은 만큼 사회 안전망이 매우 탄탄해서 국가로부터 보호받는다는 느낌을 받지만, 대신에 실 수령액이 적은 점은 양보해야 한다.

그냥 올려보는 헝가리 여행 사진
두 번째 키워드: 커리어?

이것은 숫자나 어떤 통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완전한 내 의견이므로 실제와는 다를 수도 있지만, 독일에서는 언어의 장벽과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 때문에 커리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부단하게 노력해야 한다. 한국에 있는 평범한 회사에서 한국어를 어눌하게 구사하는 외국인이 커리어를 제대로 쌓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독일에서 대단한 성공을 일군 경우도 많이 보았고 한편 독일에는 영어가 회사의 공식 언어인 다국적 기업과 한국 대기업 지사들이 많이 들어와있기 때문에 기회는 열려있는 편이다. 다만 언어와 인종의 한계가 생각보다 크다는 점을 꼭 염두해야 한다.


그렇지만 독일은 비교 할만한 다른 나라중에 '한국인이 비자를 받기 가장 수월한 나라'다. 한식당에서 일을 하는 것으로도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나라라면 말 다 한 것이 아닌지. 미국이라면 한식당에서 일을 하는 목적으로 비자가 나올 지조차 모르겠다. 문턱이 낮다는 건 외국인으로서 새시작을 하기에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냥 올려보는 오스트리아 여행 사진
마지막 키워드: 편하게 일하는 직장인?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키워드, 앞의 두 가지 단점을 모두 상쇄시킬 만한 장점이 여기서 나온다. 독일의 직장인들은 보통 24~30의 연차를 받으며 일한다. 나의 휴가 역시 30일이다. 공휴일을 제외하고도 1년에 한 달을 더 쉬는 셈이다.


주 40시간 노동에 보장되는 법적 최소 연차 개수는 20개인데, 독일 회사는 보통 24개 이상부터 시작한다. 왜 독일 회사라고 굳이 적었냐면 한국 회사들 중에는 휴일을 딱 20개만 주는 곳들을 많이 봐서다. 심지어 선심 쓰듯 14개를 주는 곳도 봤다(관청에 노동법 위반으로 신고하면 된다). 베를린리포트 같은 구인광고에 '연차: 독일 근로법 준수'라고 써있으면 보통 20개다. 그런데 이런 건 작은 물류회사들의 경우고, 대기업 지사들은 급여나 휴가 모두 현지 수준 이상으로 잘 맞춰주는 편이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약간의 두통이 있다면 보통의 독일 직장인들은 보스에게 문자를 보내서 몸이 좋지 않으니 하루 쉬겠다고 연락을 한다. 병가는 법으로 보장이 되어있기 때문에 회사는 아픈 사람을 억지로 출근시킬 수 없다. 아무 이유 없이 최대 3일까지 쉴 수 있으며, 주치의에게 가서 몸이 안 좋아 회사에 제출할 진단서가 필요하다고 하면 바로 작성해준다. 회사에 따라 3일 간의 병가는 진단서조차 안 받기도 한다. 심지어 번아웃 병가도 사회적으로 보장이 되어 있어서 6주에서 최대 1년까지 급여를 받지 않고 쉴 수 있다.


독일은 중산층과 노동자를 위한 나라다. 직장인으로 살기에 이것보다 더 편한 조건을 상상하기가 어렵다.


나는 개인적으로 독일인들과 같이 일할 때 이름만 불러도 되는 점이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든 직급이 높든 상관 없이 편하게 말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왠지 자유롭다.


물론 프랑크푸르트의 증권맨들은 월가만큼 치열하게 일하기도 하고, 보수적인 업계는 반드시 이름이 아닌 성으로 부르거나 회사에서 존댓말을 쓰기도 한다. 독일 특성 상 회사 내 위계질서를 중요하게 여기기에 사무실에서의 업무 스트레스도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이 글에서는 내가 보고 겪어 온 것들을 주로 적어보았다.


독일 내 한국회사의 업무환경, 한식당에서 알바를 하면서 느낀 점, 대학을 가지 않은 독일인들은 어떻게 일을 하는지, 독일의 아우스빌둥 시스템 등등 여러가지 생각나는 주제들은 많지만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다음을 기약해보기로 한다.

그냥 올려보는 어느 날의 홈메이드 사과케이크, 독일식 저녁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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