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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킴 Jan 16. 2021

당근 마켓에서 도착한 가계부를 열어보았다

"2020년 12월 당근 가계부가 도착했습니다!"       



얼마 전 당근 마켓에서 알림 문구가 도착했다. 한 달 동안 몇 개의 물건을 팔았고, 판매액이 얼마인지 알려주는 친절한 당근 가계부다.



작년 여름부터 계획만 했던 미니멀리즘을 실천해보고자 집에 안 쓰는 물건을 서서히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우리 가족은 남편의 해외 주재원 발령으로 이사를 여러 번 다녔어야 했다. 그 와중에 이삿짐을 줄일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갑자기 이사 결정이 나게 되면 물건을 팔거나 정리할 시간이 항상 충분하지가 않았다. 가끔은 이사를 가서도 박스를 풀지 않은 채 지내다 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곤 했다.



한국에 와서야 해외 이삿짐센터에서 보내준 박스를 열고 본격적으로 짐 정리를 하게 되었다. 그동안 우리가 이고 지어 왔던 온갖 종류의 물건을 본 순간 숨이 턱 막히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부터 보던 책, 옷, 장난감, 접시 등등. 어디 그뿐인가. 내 물건과 남편의 물건의 양도 만만치 않았다. 이제는 정신을 차리고 정리를 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집은 곧 쓰레기장이 될 수준이었으니까.



너무 오래되거나 퀄리티가 좋지 않은 물건들은 과감히 버리기로 하고, 아직 쓸모 있거나 품질이 괜찮은 물건들은 당근 마켓에 팔기로 했다. 당근 마켓은 동네에 사는 이웃들과 중고물품을 직거래할 수 있는 곳이다. 스마트폰에 어플을 다운로드한 후, 팔고 싶은 물건이 잘 보이게끔 사진 찍어 글과 함께 올리면 거래를 시작할 수 있다. 그 물건이 필요한 누군가는 챗을 보내어 거래하고 싶다고 알려준다. 그러면 장소를 알려주고 시간을 맞추어 거래하면 된다.



동네 인증을 해야만 거래가 가능한 형태라 쿨 거래와 매너 거래는 당근 마켓의 미덕이다. 감사하게도 여태까지 좋은 동네 이웃 분들과 거래를 많이 이루어 왔다.


당근 마켓은 직거래 형태라 물건을 팔고 나서 바로 현금으로 받는다. 가끔 현금으로 주시는 분들은 빳빳한 봉투에 현금을 넣어 주시기도 한다. 그런 분들을 만날 때마다 전 주인이 쓰던 물건에 대한 예의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마음 한편이 따뜻해진다. 하지만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으로도 거래를 많이 하고, 거래 금액을 계좌로 이체받을 수도 있다.


지난 6개월간 판매 내역



가계부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본격적으로 당근 마켓을 이용한 지난 6개월 기간 동안  판매건수는 총 30건이며, 나눔은 5건이었다. 5,000원짜리 물건을 팔아도 봤고, 몇 만 원짜리 물건을 판 적도 있다. 하지만 거래하는 순간에는 그 적은 금액이 모여 무려  420,000만 원이라는 돈을 만들어낼지는 미처 몰랐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이 금액이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일 수도 있지만, 현재 수입이 일도 없는 경단녀 주부에게는 절대 적지 않은 돈이다.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고 생긴 판매액을 보면서 나름의 원칙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았다. 최근에 읽었던 김승호 회장의 <돈의 속성> 책에서 얻은 돈과 물건에 대한 저자의 관점을 실생활에 한번 적용해 보기로 했다.




물건을 줄인다

                                            

얼마나 많은 물건을 쓸데없이 사 왔는지 부끄러워진다. 또 어차피 쓰지도 않을 물건들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었는지도 알게 된다. 몸에만 때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삶의 때다. 이때를 벗겨내지 않으면 올바른 부는 나를 찾아왔다가도 다시 돌아가버린다.       

<돈의 속성>, p109                                                                 


작은 돈을 소중히 여긴다


작은 돈을 함부로 하면 안 되고 큰돈은 마땅히 보내야 할 곳에 보낼 수 있어야 한다. 작은 돈을 함부로 하면 주변이 그를 따라서 돈을 함부로 하고 마땅히 풀어야 할 때 큰돈을 풀지 않아서 주위에 사람이 떠난다.

<돈의 속성>, p125    


작은 돈을 모아 종잣돈을 만든다


작은 돈은 큰돈의 씨앗이고 자본이 될 어린 돈이기에 씨앗을 함부로 하고 아이를 돌보지 않는 사람은 그 어떤 것도 키우지 못한다. 작은 돈을 모아 종잣돈을 마련해서 투자나 사업의 마중물을 만들어가는 것이 성공의 기초다.

<돈의 속성>, p74    


개별 통장을 만든다


그리고 저축을 위한 통장도 따로 하나 만든다. 이렇게 개인에 맞춰 각각 통장을 만든다. 만약 이것이 귀찮고 불편하면 돈을 현금으로 찾아다 편지 봉투에 일일이 나눠 담으면 된다. 어쩌면 이 일은 번거롭고 통장을 만들기 위해 돈이 들어갈 수도 있다. 그래도 해야 한다. 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국가나 회사는 부서별로 예산 사용권이 따로 있어 서로 건드릴 수 없지만 개인은 사용 범위를 넘나드므로 이렇게라도 구분을 하는 것이다.

<돈의 속성>, p148   




당근 마켓을 자주 이용하는 이유는 미니멀리즘과 푼돈 만들기,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서다. 잠자고 있는 물건들이 새 주인을 찾아가는 것을 지켜볼 때마다 시원 섭섭한 기분이 든다. 그러나 물건을 줄이니 불필요한 소비를 지향하게 되고, 공간에 여유가 생기게 되었다. 게다가 물건을 팔고 생긴 소소한 금액이 차곡차곡 쌓여 언젠가 경제적 풍요를 이룰 수 있는 씨앗이 될 것을 상상하는 일은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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