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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킴 Jan 26. 2021

아이의 물건을 처분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우리 집 남매는 성격도 다르고 성향도 다르다. 첫째는 본인의 물건을 아끼며 엄마가 잔소리하기 전 이미 정리 정돈을 마친다. 반면 둘째는 정리 정돈하는 것을 힘들어하고 어려워한다. 둘째 방에 들어가면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갈 곳을 잃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크고 작은 장난감,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오리고 남은 색종이 조각들, 책상에 너저분히 쌓여있는 책들. 얼마 전에도 모서리가 뾰족한 레고 한 조각이 나의 발바닥을 공격했다.


"방 좀 정리할까?"


나의 짧고 단호한 말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둘째는 정리가 안된 방이 그리 불편하지 않나 보다. 엄마의 잔소리를 듣고도 늘 태평하다. '그래. 어디까지 버틸 수 있나 보자'하며 벼르고 있다가도 내가 견딜 수가 없어 먼저 치우고 만다.


코로나로 외부 활동이 제한되어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는 남매를 위해 작년에 40인치 트램펄린을 주문했다. 아이들은 몇 주간 신나 하며 뛰어놀기도 하고, 점핑 운동하면서 땀도 흘리고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흥분과 즐거움은 그다지 오래가지 못했다. 어쩌다 몇 번 쳐다보기만 해 줘도 감지덕지한 날이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트램펄린의 존재감이 서서히 잊혀 갈 때쯤, 나는 둘째 방에 쓱 가져다 놓았다. 거실에서 의미 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 불편했고, 그나마 활동량이 많은 둘째가 방에서 놀다 한 번씩 뛰어놀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정리 정돈이 안 되는 방에 트램펄린까지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발 디딜 틈이 없게 되었다.


물건을 처분하는 법 외에는 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다. 당근 마켓에 필요한 분께 무료로 드리고 싶다고 하고 게시물을 작성해서 올렸다. 당장 다음 날 아침에 바로 가지러 올 수 있다는 분의 메시지를 받고 서둘러 트램펄린을 들고 현관문 밖에 나가려는 순간 둘째가 나를 잡는다.


"엄마, 그거 어디에 가져가는 거야?"


"이거? 이제 필요 없는 것 같아서 다른 사람한테 주려고 하는데..."


둘째가 눈물을 보이는 순간 아차 싶었다. 아이랑 충분히 의논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자리만 차지하고 불편한 존재가 되어버린 물건에 대한 내 생각과 둘째의 생각은 달랐다. 둘째는 굳이 물건을 쓰지 않아도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었고, 이미 정이 들었는데 다른 사람에게 주면 어떡하냐며 흐느끼는데 나는 달리할 말이 없었다. 이 물건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전달해 주고 나면 방이 더 넓어지고 쓸모 있어질 것이라고 설득해보았지만, 아이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그리고 나의 방법이 일방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애초에 트램펄린을 사기 전 신중해야 했다. 그리고 단순히 트램펄린 하나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미 어질러진 둘째 방이 눈엣가시처럼 거슬렸던 것이었다. 많은 물건으로 인하여 이미 마음에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에 끝내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야마구치 세이코는《버리고 비웠더니 행복이 찾아왔다》에서 물건을 적게 소유할 때 따라오는 단순함과 간결함이 행복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물건을 사는 순간부터 고려해야 하는 사항을 가이드라인처럼 알려준다. 이 모든 과정은 결국 삶의 본질에 더욱더 충실해지기 위함이다. 물건에 대해 들이는 시간과 에너지도 줄어드니, 정작 필요한 것에 더 많이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족과 함께 살아갈 물건 고르기

가족이 공유하는 것은 쾌적함과 안정성을 첫 번째 기준으로 삼고 모두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해서 고른다.


① 깨져도 아깝지 않은 것

② 가족이 공동으로 사용할 만한 것

③ 가족이 편히 쉴 수 있는 것

④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것


물건을 줄이면 저절로 소중해진다

물건은 하나밖에 없으면 마지막까지 소중히 쓰고 다루지만, 많이 가지고 있으면 아까운 줄 모르고 막 쓰게 된다. 적게 소유하고 살면 아이들도 그만큼 물건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기를 수 있다.


아이들에겐 단순한 체계가 정리하기 쉽다

아이들이 물건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비결은 단순한 체계에 있다. 분류 기준과 방법, 물품의 종류와 두는 장소 등 모든 것을 간단하게 하고 그 체계는 가족 모두를 고려해서 결정한다.


반드시 의논하고 나서 처분한다

부모에게는 그저 잡동사니라도 아이에게는 보물일 수 있다. 우리 집만의 '3 카운트 정리 규칙'을 지키는 한은 절대 내 마음대로 처분하지 않는다.


① 정리 기한을 정한다

② 남은 것은 임시 쓰레기장으로

③ 꺼내가지 않으면 버린다


'정리하라'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정리하라'라고 말하는 건 쉽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라도 말해주는 사람이 곁에 없을 때는 어떻게 될까? 아이의 자립심을 이끌어내는 데는 정리 정돈만큼 도움되는 게 없다.



아이의 눈물을 보니 물건을 살 때와 처분할 때 필요한 감정의 크기가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싶다. 버리고 비울 때 찾아오는 감정은 행복이 아니라 슬픔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가 행복이라면 지금 이 순간의 씁쓸한 감정은 반드시 한 번은 지나가야 한다. 다만, 이 절차가 거듭되고 반복되어 지치지 않게 하려면 애초에 물건을 살 때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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