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의 힘으로 글을 쓰다
'브런치'와 만나다
작년 여름, 나는 극심한 무력감에 빠져 있었다. 마흔 살에 찾아온다는 제2의 사춘기 때문이었을까? 지긋지긋한 코로나 때문이었을까? 걷잡을 수 없이 우울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마음을 지킬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러다 손에서 놓지 않고 붙잡았던 책 한 권이 나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책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었다. 바로 글을 쓰는 일이었다.
일기도 쓰지 않던 내가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글쓰기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밑줄을 그으며 좋은 문장들을 필사했다. 책에서 용기를 얻어 노트북을 열고 얽히고설킨 생각과 감정을 흰 화면에 조금씩 내뱉기 시작했다. 글을 쓰다 보니 무의식에 가려 보이지도 않았던 마음속 깊숙한 곳까지 바라보게 되었고, 내가 쓴 글을 읽어보니 어제보다 오늘 더 잘 살아보고 싶어 졌다.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 브런치에 글을 쓰면 나의 글이 작품이 될 수 있는 걸까? 나의 이야기도 브런치 북으로 만들 수 있는 걸까? 상상만으로도 흥분과 설렘이 밀려왔다. 브런치 작가 승인은 내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
'아바매글'과 만나다
열정과 의지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다. 호기롭게 일주일에 한 번 글 한편을 브런치에 발행하리라 다짐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고, 글을 어떻게 써야 잘 쓸 수 있을지 몰라 답답했다. 혼자서 한계를 느끼기 시작할 무렵 아바매글을 알게 되었다. 방송작가 출신이자 <오늘 서강대교가 무너지면 좋겠다> 책의 저자 글밥님이 이끄는 글쓰기 모임은 매일 주어지는 글감과 소재에 따라 글을 쓰고 인증하는 곳이다. 글벗들과 함께 서로의 글을 읽고 응원하면서 서먹하고 어려웠던 글쓰기가 조금씩 수월해지기 시작했다.
마침 올해부터 브런치 작가를 위한 아바매글 브런치 모임이 생겨 반을 옮겨 보기로 했다. '브린이 탈출'을 목표로 글밥님의 맞춤 커리큘럼을 따라 제목 짓기, 가독성 높이기, 브런치가 좋아하는 글 등을 고민하며 매일 초고를 쓰고 퇴고했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도전을 시작한 8명의 브런치 작가와 함께 브런치에 한 달 동안 12편의 글을 발행하였다. 만약 혼자 조용히 글을 썼다면, 이 공간이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을까?
구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2021년 1월 1일, 필명을 짓고 작가 소개 문구를 만들고 매거진을 꾸리며 브런치에 다시 집을 짓기 시작했다. 1월 한 달 동안 쓴 글 중 몇 편은 다음 포털 메인에 노출되었고, 조회 수가 급격하게 오르는 순간은 설렘과 긴장으로 그저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브런치 노출의 힘으로 새로운 구독자분들을 만나게 되었다. 새롭게 경험한 변화와 연결은 아무리 바쁘고 피곤해도 꾸준히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앞으로 글을 쓸 때 필요한 목표와 방향을 점검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 아직 많이 부족하고 서툰 글인데도 일부러 시간 내어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신 구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 해 두 해가 갈수록 삶의 무게는 가벼워지지 않다는 걸 몸소 깨닫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명 '서연'(밝을 서, 빛날 연)이 뜻하는 바처럼,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도 우리가 살아가게 하는 밝고 빛나는 순간들을 찾아내어 기록하고 싶다. 혼자 쓰는 게 힘들다면 함께의 힘으로 말이다.
글을 쓰다 보면 반드시 슬럼프가 온다. 쓰는 자체가 싫어지기도 하고, 회의가 들기도 하며, 좋지 않은 반응에 좌절하기도 한다. 이때 용기를 주는 동무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쓴 글을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좋다. 오랫동안 글을 쓰려면 그런 친구를 가졌는지, 그 친구가 누군지 생각해봐야 한다.
<강원국의 글쓰기>, p297
+ 한 달 동안 아바매글 브런치를 이끌어 주신 글밥님과 함께 글을 써 온 8명의 브런치 작가님(개짱이님, 곰곰여행사님, 꽁스땅스님, 낭랑혜랑님, 만보언니님, 마실궁리님, 작은나무님, 워킹맘다해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