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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킴 Jan 14. 2021

저혈압을 극복하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읽고 내 삶에 찾아온 작은 변화


태생이 저질체력



저혈압인 나는 혈압측정이 단 한 번에 되는 일이 없다. 두세 번은 측정해야 한다. 그럴 때마다 간호사들은 우려하는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건넨다.


" 어머, 왜 이렇게 혈압이 낮죠? 이렇게 혈압이 낮은 분은 처음 봐요...”


나도 정확한 이유를 알고 싶지만, 단순히 유전적인 이유로만 짐작하고 있다. 어렸을 적에는 시시때때로 코피를 흘렸고, 앉았다 일어나면 주변이 빙빙 도는 것 같은 어지러움을 자주 느꼈다. 성장기에는 창백하고 핏기가 없는 얼굴로 엄마에게 걱정을 끼쳐드렸고, 엄마는 쓰디쓴 한약을 구해와 억지로 먹여 주셨다.


두 번의 제왕절개



결혼하고 나서는 제왕절개로 두 아이를 출산하였다. 어렵게 가진 첫째의 임신 소식에 기뻐함도 잠시, 아기는 출산 직전까지 역아 자세를 고집했다. 요가 자세 중 고양이 자세를 많이 하면 아이가 원위치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해서 매일 몇 시간 동안 고양이 자세를 고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의사 선생님의 태연한 말투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아이고, 아기 머리가 끝까지 안 돌아오네요. 어쩔 수 없죠. 수술 날짜를 잡읍시다."


제왕절개를 하면 그다음 출산도 역시 제왕절개로 이뤄져야 한다. 나는 두 아이를 수술로 출산하고, 자연 분만한 산모보다 긴 회복 기간을 거쳐야만 했다. 빈혈 증세는 더 심해지고 몸은 푹 젖은 수건 마냥 온종일 늘어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누워있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다.



피곤하고 무기력한 일상



아침에 잠에서 깨 눈을 뜨면 하루를 시작하기가 두려웠다. 내 몸을 가누고 내 입에 음식을 넣기 전에 어린아이들부터 챙겨야 했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불규칙한 수면시간과 고군분투하느라 하루하루가 고단했다. 방전된 배터리 같은 체력은 기분마저 우울하게 만들었고, 남편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지 못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건강하던 사람도 마흔 무렵에 우울증, 무기력증, 상실감 같은 마음의 질병은 물론이고, 몸에서 나타나는 여러 증상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도 예외는 아닐 거라 생각했다.  반복되는 피로감과 무기력증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일상생활에서 활력을 느끼고 싶었다. 저질체력이니 저혈압이니 하는 핑계로 내 몸을 방치하기 싫었고, 건강한 에너지를 소유하고 싶었다. 지금 당장 운동을 시작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몸이 굳어져 더 힘들 것 같았다.



어떤 운동을 해야 할까?



어떤 운동을 시작할까 고민하다 나에게 가장 잘 맞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보기로 했다. 어렸을 적부터 성인이 되어서까지 배운 운동은 수영, 배드민턴, 테니스, 골프, 요가, 필라테스, PT 등이 있다. 하지만 이 중에서 꾸준히 하는 운동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요가를 몇 개월 정도 하다가, 요가원이 없는 동네로 이사 오면서 이마저도 꾸준히 지속하지 못했다. 요즘은 집에서 영상을 보며 따라 할 수 있기도 하지만, 내가 동작을 잘 따라 하고 있는지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성취감을 느끼기 어려웠고, 꾸준히 동기부여를 받으며 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 제일 쉬운 걷기부터 하자.



큰 장애물 없이 매일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보다가 걷기 운동을 선택했다. 걷기 운동은 시간과 장소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언제든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운동화만 신으면 준비 끝. 처음에는 산책한다는 느낌으로 동네 한 바퀴를 천천히 걸어보았다. 걷다 보니 나처럼 걷기 운동을 하러 나온 사람들이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했다. 심지어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들도 보였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걸으시는데 내가 못 걸을 이유가 없었다. 더 건강한 삶을 위하여 지금 이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그들의 모습이 좋은 자극이 되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는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하기 쉬워야 하고, 경험이 만족스러울 때 그 행동을 반복해서 할 수 있다고 했다.


· 습관은 '시간'이 아니라 '횟수'에 기반해 형성된다.

· 장애물이 클수록, 즉 습관을 들이기 어려울수록 내가 되고 싶은 상태와 멀어진다. 이것이 습관을 쉽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 습관과 관련해 마찰을 줄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환경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 우리는 경험이 만족스러울 때 그 행동을 더 반복해서 하곤 한다.


습관을 추적하자.



나에게 걷기 운동은 매일 할 수 있는 운동이며, 쉽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는 습관을 만족스럽게 하기 위해서는 습관을 추적하라고 한다. 습관 추적은 행동 변화의 다양한 법칙들을 더욱 강화해서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습관 추적은,

· 우리에게 행동을 일깨우는 시각적 신호를 만들어낸다.

· 자신의 발전을 눈으로 보고 이를 되돌리고 싶지 않다는 내적 동기를 일으킨다.

· 성공적으로 습관을 수행하고 기록하는 순간 만족감을 느끼게 해 준다.


실제로 지난 6개월 동안 매일 만보 걷기에 도전하며 평균 9 천보 이상을 달성했다. 아마도 매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나의 걸음 수가 만족감을 느끼게 하고,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수 있게 하는 내적 동기로 작용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만보를 채우는 일이 쉽지 않았다. 만보를 채우기 위해서는 한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는데, 내 체력은 그 시간을 버틸 만큼 좋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여러 번 나누어 시도해야만 했다. 중요한 건 여기서 나의 목적이 최고의 걸음 수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은 꾸준한 습관을 형성하는 작은 노력과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제대로 쓰임 받지 못한 두 다리로 이제 걸을 수 있을 만큼 매일 걷기로 했다. 꾸준히 걷다 보면 혈압도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하니 오늘도 나가서 걷고 와야겠다. 올해는 간호사로부터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왔네요!"라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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