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또 뭐 먹지?
오늘도 어김없이 냉장고 문을 열어 본다. 삼시 세끼 메뉴를 고뇌하는 일에서 언제쯤 자유로워질까. 끼니마다 무얼 먹어야 할지 고민하지만 결국 맨날 먹는 것만 먹게 되는 요즘이다.
우리 집은 시부모님 댁과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다. 시부모님과 가까이 살면서 좋은 점이 하나 있다면, 가끔 두 분이 장을 보러 가실 때 우리 식구가 먹을 식재료도 함께 사다 주신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매번 장을 보러 가실 때마다 사주시는 건 아니다. 한 달에 한번, 두 분이 특별한 곳에 가시는 날에 어머님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우리 지금 코스트코 갈 건데 너희 뭐 필요한 거 없니?"
"어머님 장 보러 가세요? 그럼... 연어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나는 어느새 염치 불고하고 연어를 사달라고 하는 뻔뻔한 며느리가 된다. 특히 아무리 고민해도 쉽게 저녁 메뉴가 정해지지 않는 날에는 어머님의 전화가 유난히 반갑다. 몇 달 전 어머니께서 사주신 연어를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꽤 신선하고 맛있었던 기억이 나서 이번에도 부탁드리기로 했다.
연어의 용도는 다양해서 좋다. 간장과 고추냉이를 곁들어 그냥 생으로 먹어도 되고, 밥 위에 신선한 야채를 올리고 연어를 얹어 회덮밥으로 먹거나, 프라이팬에 연어를 노릇하게 구워 데리야키 소스로 졸이면 한 그릇 요리로는 제격이다.
두어 시간쯤 지났을까. 우리 집 앞에 곧 도착하실 거라고 어머님이 다시 전화하셨다. 장을 보러 먼 길까지 다녀오시는데 늦장을 부리면 안 될 것 같아 전화를 받자마자 부리나케 1층으로 내려갔다.
어머님 손에는 빨간색 장바구니가 들려있었다. 코스트코에 가기 전에 여유분 장바구니를 한 개 더 챙기신 모양이다. 장바구니 안에는 매끄러워 보이는 연어가 영롱한 주황빛을 뽐내고 있었고, 머핀 몇 개도 함께 담겨 있었다.
"어머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웬 머핀이에요?"
"아버님이 커피랑 같이 드시고 싶다고 골랐는데 양이 너무 많더라. 너희가 반 가져가서 먹어."
커피를 좋아하시는 아버님이 디저트로 고르신 머핀이라니. 코스트코에서 두 분이 나란히 이런저런 식재료를 카트에 담는 모습을 떠올리니까 웃음이 피식 나왔다. 장바구니를 움켜쥐며 집으로 올라오는데 우리를 생각해 주시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아 왠지 더 무겁게 느껴졌다.
한 번에 다 먹지 못하는 연어는 알맞은 크기로 잘라 소분해 냉동실에 넣어놓았다. 그리고 오늘의 저녁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연어 데리야키로 정했다.
① 연어(130g)에 맛술과 소금을 조금 뿌려둔다.
② 달군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연어를 앞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③ 간장 2 큰술, 맛술 2큰술, 올리고당 2큰술, 물 2큰술, 후추를 섞은 데리야키 소스를 부어주고, 연어를 한 번씩 굴리며 윤기 나게 졸여준다.
④ 접시에 담아 맛있게 먹는다.
달착지근하면서 짭조름한 맛을 풍기는 연어 데리야키는 어느새 갓 지은 밥과 어우러져 우리들의 일용할 양식이 되었다.
무뚝뚝하고 표현이 서툰 며느리인지라 가까이 사시는 시부모님께 드린 것보다 받은 것이 더 많다. 어머님은 나에게 연어를 사다 주셨으니 나는 연어 데리야키를 만들어 가져다 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