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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킴 Feb 09. 2021

설날을 기다리며 손만두 만들기

타지에서 생활하며 한국 음식이 제일 그리운 날은 아무래도 명절이었다. 달력을 쳐다보다 설날이 며칠 안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마음 한구석이 찌르르 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명절은 모름지기 가족 여러 명이 한데 모여 북적북적 지내야 제맛인데, 우리 네 식구끼리 단출하게 지낼 것을 생각하면 괜히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뭐라도 해 먹어야지 싶어 장바구니를 들고 집을 나섰다. 현지 마트 고기 코너에서 다진 고기를 사고 다시 차를 타고 한인 마트에 갔다. 장바구니에 만두피, 두부, 숙주를 차례대로 담고 값비싼 부추를 들었다 놨다 했지만 결국에는 사고야 말았다. 그나마 이렇게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어 어찌나 다행이었는지.


집에 돌아와 재료를 씻고 다듬었다. 다진 고기에 후추와 소금을 뿌리고, 잘게 썬 부추와 숙주를 넣었다. 두부의 물기를 짜내려면 면포가 있어야 하는데 뉴질랜드 집에는 면포가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최대한 많이 으깰 수 있을 만큼 으깨어 눈에 보이는 물기를 없앴다.


만두소를 만들다가 어릴 때 부엌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엄마 옆에 앉아 만두를 빚을 때가 생각이 났다. 엄마가 빚은 만두는 반듯했고 속이 알맞게 채워져 동글동글하고 매끈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나도 한번 따라 만들고 싶었다.


만두소가 수북하게 쌓인 그릇에서 밥숟가락으로 만두소를 떠서 만두피 위에 올렸다. 만두를 빚을 때 가장 긴장되는 부분은 만두피를 오므려 붙일 때였다. 행여나 내가 넣은 만두소가 다 튀어나올까 봐 조마조마하며 작은 손에 힘을 잔뜩 주다가 손톱자국까지 냈던 것을 기억한다. 만두 빚기는 어린 나에게 대단한 성취감을 안겨 준 일임은 분명했다. 비록 모양은 제각각이었고 내 눈에 썩 이뻐 보이지 않았지만,  만두가 쟁반 위에 옹기종기 모일 때마다 정말 뿌듯했다.


만두를 다 만들고 엄마한테 “내가 만든 만두는 내가 꼭 먹을 거야"라고 말했다. 엄마는 내 말을 기억해놓으셨다가 하얗고 뽀얀 떡국에 울퉁불퉁한 만두를 넣어 주셨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만두를 빚고 있는데 거실에서 놀던 남매가 우르르 와서 같이 만들어 보겠다고 한다. 아이들은 나름 진지한 상태로 집중하며 빚어 보지만 가끔 형체를 잘 알 수도 없는 모양이 되면 난감해하면서 멋쩍어 웃기도 한다.


"엄마도 어렸을 때 만두 만드는 게 너무 어려웠어. 그래도 계속 만들어 보니까 모양이 점점 나아지더라고. "





손만두 재료


만두피, 간 돼지고기 600g, 삶은 당면 100g, 부추  100g, 두부 1모, 양파 1/2개, 대파 1개, 삶은 숙주나물 200g, 달걀 1개


고기 밑간 양념


진간장 5큰술, 맛술 2 큰술, 다진 마늘 2 큰술, 참기름 1 큰술, 소금 1큰술, 후추


레시피




① 다진 고기에 간장, 소금, 후추, 맛술, 다진 마늘을 넣어 미리 재워둔다.

② 두부는 물기가 없어질 때까지 면포에 꼭 짜서 곱게 으깬다. 부추는 잘 다듬어 씻은 다음 송송 썬다. 양파와 파도 잘게 다진다.

③ 숙주는 끓는 물에 데치고 찬물에 헹군 다음 물기 없이 꼭 짜서 송송 썬다. 당면도 끓는 물에 삶아 송송 썬다.

④ 모든 재료를 담아 달걀 하나를 깨트리고 잘 버무려 섞어 준다.

⑤ 만두피 가운데에 만두소를 적당히 올린 후, 만두피 가장자리에 물을 발라주며 이쁘게 빚는다.




생각해 보면 머나먼 이국 땅에서 직접 빚은 만두는, 설 명절이 다가올 때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기도 했지만, 엄마가 생각날 때 헛헛한 마음을 달래기 위한 위로의 음식이었다. 밀가루가 묻은 널찍한 쟁반 위에 속이 꽉 찬 만두가 하나둘씩 늘어날 때면 어느덧 마음이 넉넉해져 일상을 이어나갈 힘을 얻었다. 설날이 다가오면 수고스러움을 견디며 집에서 만두를 빚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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