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T야?" 공감에 서툴러 서러운 당신에게

심리상담사의 공감기술

by 프로디언슬립


우리 사회에서는 종종 공감 능력을 타고난 성향의 문제로 치부합니다. MBTI가 유행하면서부터 더 그렇고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람들은 흔히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T형(이성형) 인간들이요. 그들은 감정적으로 차갑거나 둔감하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아요. 반면, F형(감정형)인 사람들은 본래 공감을 잘하는 사람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런 구분은 공감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거에요. 감정에 민감한 사람도 공감이 어려울 수 있거든요. 감정에 너무 민감한 사람들은 나의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구분하기 어려워 하는 때가 있습니다. 심리학자 보웬(Bowen)은 이걸 정서적 융합(emotional fusion)이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해요. 정서적 융합 상태에서는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상대방의 감정을 자신의 감정으로 오해하거나, 반대로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투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이런 상태에서는 타인의 독특한 경험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공감하기보다는 자신의 경험과 감정의 틀에 맞추어 해석하게 됩니다.

그래서 공감과 감수성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감수성이 예민하다고 해서 반드시 공감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에요.


심리학에서는 공감을 크게 인지적 공감(cognitive empathy)과 정서적 공감(emotional empathy)으로 나누어 설명해요.

인지적 공감은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입니다. 이 유형의 공감은 이성적 판단을 기반으로 하며, 타인의 입장과 감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흥미롭게도 이런 인지적 공감은 오히려 T형 성향의 사람들이 더 잘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해요.


반면, 정서적 공감은 타인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느끼고 그 감정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능력입니다. 정서적 공감은 깊은 감정적 연결을 형성할 수 있지만, 과도할 경우 타인의 감정에 압도되어 정서적 소진(emotional exhaustion)을 일으킬 수도 있어요. F형 성향의 사람들은 이런 정서적 공감에 더 익숙한 경우가 많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공감은 이 두 가지 공감이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루는 상태입니다. 타인의 상황과 감정을 정확히 인지하되 자신의 감정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하죠. 공감은 단순히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상황과 감정을 이성적으로 인지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복합적인 과정입니다.


대상관계 이론(object relations theory)은 공감 능력의 형성과 학습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심리학적 이론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공감 능력은 어린 시절 부모나 돌봄 제공자와의 초기 관계에서 비롯됩니다. 아이는 양육자의 반응을 내면화하면서 공감하는 방식을 배우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울 때 양육자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아이의 감정을 인정해준다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이러한 경험은 나중에 타인의 감정도 중요하게 여기는 능력으로 발전하죠. 반면 양육자가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거나 부적절하게 반응한다면 아이는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요. 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칩니다. 결국 공감은 학습되고 훈련되는 것이죠.



공감이 학습되고 훈련된다는 것에 주목해 주세요. 공감은 엄마에게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비록 공감 능력이 부모로부터 크게 영향받는 것이긴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의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공감 능력을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우리의 뇌는 평생 동안 가소성(plasticity)을 유지하며 새로운 경험과 학습을 통해 계속해서 변화하기 때문이죠. 이는 공감 능력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특히 의미 있는 우정이나 존경하는 멘토,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안전하고 지지적인 관계는 성인기의 공감 능력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관계에서 우리는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탐색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반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요. 물론 이러한 관계를 갖는 것이 지금 당장에 어렵다면 심리 상담이 큰 도움이 될 거고요. 또한 명상이나 요가 같은 활동은 자기 인식을 높이고 자신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는 결국 타인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으로 이어지죠. 좀 더 간단하게는 매일 매일 쓰는 감정 일기를 생각해 볼 수도 있어요.




공감은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라 배우고 익히는 기술입니다. T형이든 F형이든 상관없이 누구나 훈련과 노력으로 더 나은 공감 능력을 갖출 수 있어요. 그러니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 주변의 누군가가 공감을 어려워한다면 그것을 탓하기만 하기보다는 가능하다면 그가 더 잘 공감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면 좋겠고요. 공감은 계속해서 성장시킬 수 있는 영역이며 우리 모두가 이 과정을 거치고 있어요.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성장시키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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