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의 공감기술
누군가 힘든 이야기를 꺼낼 때 우리는 흔히 “힘내”, “괜찮아질 거야” 같은 긍정적인 말을 건네거나,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라며 내 이야기를 덧붙이곤 합니다. 아마 상대를 위로하고 싶고, 그래서 뭐라도 말해주고 싶은 마음 때문일 거예요. 그런데 정작 내가 그런 말을 들을 때 어떨까요? 마음은 고맙지만 왠지 전혀 위로가 안 될 때가 있지 않나요? 실제로 이런 말들은 상대가 이해받지 못했다고 느끼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의 마음과는 별개로 진심으로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없다고 느껴지기도 하고요.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짜증이 날 때도 있죠.
그렇다면 진짜 공감은 어떻게 하는 걸까요? 사실 공감에 특별한 정의나 방법이 있을 수는 없을 거에요. 사람마다 상황마다 공감을 느끼고 전달하는 방식은 달라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어느 정도의 가이드가 있다면 도움은 받을 수 있겠죠. 그래서 심리상담사들이 훈련하고 사용하는 방식을 일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알려드릴까 해요. 이 글에서 제시하는 공감의 핵심 기술은 구체화입니다.
고통이 너무 크면 우리는 스스로를 잊어버립니다. 그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급해지죠. 하지만 누군가 내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려 애쓰고 함께 머물러줄 때, 비로소 우리는 그 고통 안에서 내가 무엇을 경험했는지 들여다볼 용기를 얻습니다. 그러니 진짜 공감은 상대방의 감정과 함께 머무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힘들어할 때 어쩄든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 고통을 빨리 없애주고 싶어해요. 동시에 전달되는 그 고통으로부터 나 역시 빨리 벗어나고 싶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괜찮아, 잘될 거야" 같은 위로나 "이렇게 해봐" 같은 조언을 서둘러 내놓게 되는 거죠. 하지만 상대는, 말을 해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어쩐지 자신의 고통이 외면되는 것 같기도 한 애매한 느낌을 느끼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공감이 필요한 사람의 감정과 함께 머루를 수 있을까요? 공감의 출발점은 상대방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던지는 "요즘 힘들어"라는 말 뒤에는 수많은 감정과 상황이 숨어 있을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힘듦인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무엇이 가장 괴로운지 등등 이런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하면 진정한 공감이 쉽지 않습니다. 그것들을 궁금해 하지 않고 희망적인 위로를 던지는 건 어쩌면 나도 모르는 사이 '너에게 전달 받은 너의 고통이 나에게도 힘들고, 그렇기 때문에 그 고통을 빨리 외면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알게 모르게 그런 마음이 전달될 때 이야기를 털어놓은 상대는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며 외로움으로 빠져들게 되는 걸 거구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가 얼마나, 어떻게, 왜 힘든지 궁금해 해야 합니다.
상대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열린질문입니다. 열린 질문이란 "예/아니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게 하는 질문입니다. "회사 때문에 힘든 거야?"는 닫힌 질문이라고 할 수 있구요. "어떤 점이 가장 힘들게 느껴져?"는 열린 질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열린 질문은 상대방의 경험을 그 사람의 언어로, 그 사람의 관점에서 듣게 해줍니다. 내가 추측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상대방이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탐색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때야 비로소 우리는 누군가가 자신의 감정에 함께 머물러준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열린 질문을 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점은 질문이 취조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해하고 싶다며 연달아 질문만 쏟아내면 되려 상대방은 심문받는 기분이 들 수 있거든요. "그래서 어땠는데? 그다음엔? 그때 뭐라고 했어? 상사는 뭐래?" 이런 식으로요. 이렇게 하기보다는 질문을 하고 나면 충분히 듣고, 상대의 말에 어느 정도 대꾸도 해가며 흐름의 완급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랬구나", "그건 정말 힘들었겠다" 이런 식으로요. 핵심은 "너를 이해하고 싶고, 너를 돌보고 싶어"라는 태도를 갖는 거에요. 그렇게 할 수 있을 때 질문은 따뜻한 관심이 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침입이 됩니다.
진정으로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상대방의 고통과 진짜로 연결되는 것은 나에게도 감정적 부담을 줍니다. 그래서 공감에는 용기가 필요하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너의 고통을 함께 할 때 스며드는 나의 고통을 견디고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용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