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저 사람이 싫을까
살다보면 어떤 사람에게 특별한 이유 없이 거부감이 들 때가 있죠. 그 사람이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것도 아니고 논리적으로 따져봐도 특별히 미워할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마주할 때마다 불편함과 거부감이 밀려와요. 이런 감정을 경험하면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어요. "나는 왜 저 사람이 싫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지만, 명확한 답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감정의 근원을 탐색해보면 단순한 개인적인 호불호를 넘어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어요. 심리학적으로 볼 때 내가 특별한 이유 없이 싫어하는 사람은 내가 부정하고 외면해 온 내 안의 '어두운 측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다시 말해, 그 사람을 통해 내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내 모습이 투영되면서 불편함을 느끼고 거부감을 갖게 되는 것이죠.
투사(projection)와 융의 그림자 개념
투사란 자신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감정을 타인에게 돌려버리는 심리적 방어 기제입니다. 예를 들자면,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서 '언짢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말을 꺼내지만 사실은 이미 내가 언짢은 상태일 경우가 있잖아요. 저렇게 운을 띄우고 어렵게 말을 꺼내면 정작 상대방은 '난 아무렇지 않은데?'라고 대답하고, 그제서야 실제로 화가 났던 건 나였음을 알게되는 그런 때요. 투사란 그렇게 내가 인정하지 않는 감정을 타인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그 감정을 갖고 있는 게 너무 힘들어서 다른 사람에게 넘겨 버리는 거죠.
이 투사 기제는 칼 융(Carl Jung)의 그림자(Shadow) 개념과도 연결된다고 볼 수 있어요. 융에 따르면, 그림자는 우리가 자신의 인격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들을 억압한 결과로 형성됩니다. 우리는 이 그림자를 무의식적으로 타인에게 투사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렇게 볼 때, 이유 없이 싫은 사람은 종종 우리의 그림자를 비춰주는 거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예를 들어, 직장에서 자신의 성과를 드러내는 동료에게 괜히 거슬리는 마음이 들 때 이는 내 안에 억눌린 인정욕구나 경쟁심이 그 사람에게 투사된 결과일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겸손함을 중요시하지만 속으로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을 때 그 욕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을 보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죠.
또 다른 예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친구를 보며 불편함이 느껴질 때가 있죠. 이는 자신의 감정 표현을 억제해온 사람이 타인의 자유로운 감정 표현을 통해 자신의 억압된 부분을 마주하게 될 때 발생하는 방어적 반응일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싫은 게 아니라, 사실은 그를 통해 보게 되는 '나의 모습'이 싫은 것이죠.
대상관계 이론으로 본 자기 분열과 통합
이런 현상은 대상관계 이론으로 좀 더 상세히 설명될 수 있어요. 대상관계 이론은 유아기부터 형성된 내면적인 표상이 성인기의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이 이론의 주요 학자인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에 따르면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인지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유아는 자신이 경험하는 긍정적인 감정(사랑, 기쁨, 안정감 등)은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부정적인 감정(분노, 시기, 두려움 등)은 자기와 분리하여 외부로 투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나에게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외부에 있는 나쁜 대상으로부터의 공격으로 인식하는 거죠. 유아의 이런 분리는 성장 과정에서 점차 통합되어, '좋은 면과 나쁜 면이 공존하는 나'로서 자아를 형성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통합 과정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을 때 우리는 여전히 부정적 측면을 외부로 투사하게 됩니다. 내 안의 부정적인 면을 온전히 나의 일부로 인정하지 못하면 내 것이 아니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그 부분을 가진 사람을 볼 때마다 강한 거부감을 느낄 수 있어요. 어쩌면 그 사람은 마치 내가 부정하고 고개를 돌려 마음 속에 묻어 둔 내 어두운 그림자가 실체화된 귀신 같은 존재로 다가온다고 할 수 있을 거에요.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어릴 때부터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는 것이 금기시된 환경에서 자랐다면 그는 자신이 약해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나약한 모습을 가진 사람을 싫어하게 될 수 있습니다. 또는, 평소에는 착하고 온화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기 안의 공격성을 부정하는 사람이라면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사람을 싫어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내면의 통합을 위한 실천적 접근
그렇다면 이런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요? 먼저, 내가 특정한 사람에게 이유 없이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면, 그 감정을 외면하기보다는 한 걸음 물러서서 스스로를 탐색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지금 주변에 그런 사람이 떠오른다면 그 사람이 가진 특징 중 내가 불편하게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지, 그와 같은 성향이 내 안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지, 혹시 나는 그 성향을 인정하지 않고 억누르려 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세요. 그를 싫어하는 마음을 도저히 어쩌지 못하겠어서 힘들다면 거기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그를 좋아하려고 노력하거나 장점을 발견하려고 하는 것보다는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들을 인정하고 그런 모습들이 원하는 감정과 욕구들을 어느 정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는 누구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두운 면을 부정하고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 또한 나의 일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스스로에게도 더 솔직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거에요. 이유 없는 거부감은 역설적으로 자기 성장의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