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코랄 핑크와 핑크 코랄의 차이를 모른다고 한다. 여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자 탄식이 흘러나온다.
"남자들은 코랄 핑크와 핑크 코랄의 차이를 모른대."
"와.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엄연히 다른 색이잖아. 눈으로 안 봐서 그런 거 아냐?"
"봐도 모른대."
"이건 정말 심각하다."
"그럼 너는? 보면 알 수 있어?"
"당연하지. 그것도 모르면서 화장한다고 말하면 안 되지. 코랄 핑크는 핑크에 코랄이 조금 섞인 거고 핑크 코랄은 코랄에 핑크가 섞인 거야."
"어떤 색이 메인이냐가 중요하다는 거지?"
"너도 다 아는 얘기잖아. 우리 중에서 립스틱 제일 좋아하면서."
립스틱은 작은 색소 한 방울로도 전혀 다른 색이 되곤 한다. 자신을 잘 바꾸는 사람에게는 카멜레온보다 립스틱 같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언제 보아도 잘 모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코랄 핑크 같다가도, 핑크 코랄같은 사람. 그 미세한 차이가 특별함을 불러온다고 믿는다.
"넌 근데 화장도 잘 안 하면서 립스틱은 왜 자꾸 사는 거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하잖아."
"이상해. 립스틱은 예쁘게 바르려고 사는 거지."
"이름도 재밌고."
"이름? 립스틱 이름?"
"응. 재밌지 않아? 그리고 립스틱은 피부색마다, 입술 온도마다 발색이 다른 거 알아? 종이에 문지르면 또 느낌이 다르다? 돈 많으면 립스틱으로 그림 그려 보고 싶다."
"그냥 변태 같은데?"
건조하고 텁텁한 입술 위에 화려하거나 밋밋한 색이 덧입혀질 때 쾌감을 느낀다. 입술선 사이로 번져나가 뿌연 얼룩을 만들어 내는 것도, 시간이 지나 아슬아슬하게 옅은 흔적만 남긴 것도 사랑스럽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매력적인 자국을 내고 싶다. 무슨 자국인지 모르지만, 흔적이 분명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