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심스럽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아무렇지 않은 것 모두 나의 병마와 연관 지어 생각한다. .
몸은 늘 무언가에 맞서 싸우느라 너덜너덜해진 지 오래다. 숨을 쉬고 있지만, 심장은 아주 느리게 띈다. 겨. 우. 살. 아. 있. 어. 라는 단어에 맞추어 살아간다.
세 시간을 일하면 세 시간을 누워 있어야 한다. 한 평도 되지 않을 침대 속에 꼬꾸라져 있는 시간이 많다. 밤바람을 쏘이고 싶다고 생각한다. 시대의 물결에 휩쓸려서, 꽉 찬 지하철 속에서 눈을 감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있는 것이 최대한이다.
네 앞에서 참 많이도 웃었다. 잠시 잊고 싶었기 때문이다. 질척거리는 우울, 주변의 걱정, 물 먹은 이불처럼 늘어지는 육신.
너는 곧잘 착각했다. 내가 너의 행복을 빼앗아 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울고, 떼를 쓰고, 작은 일에 화를 내었다.
나는 싫어하게 된 것 같다. 함께 있는 한 평도 되지 않을 공간을 견딜 수가 없다. 존재하기도 좁은 공간을 한숨과 눈물로 채울 자신이 없다.
아무래도 너를 싫어하게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