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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art k Jul 02. 2021

종이책의 매력


우리가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어떤 위정자가 독재자였고, 누가 민주적인 통치자였는지 한 칼에 정의를 내리기 어렵다. 우리 역사에서 광해군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가장 손쉬운 독재자 판별법이 있다. 책을 불태운 자가 독재자다. 네로, 진시황, 아돌프 히틀러와 같이 책을 불태운 사람들을 독재자라고 부르는 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책을 불사르는 사람이 빼앗고 없애려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의 상상력, 꿈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다. 또한 ‘남과 다른 생각’이며, 남의 말이나 남의 생각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려는 의지’다. 그렇다. 책을 읽는 일은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일이며, 우리가 우리 삶의 주인공임을 우리 스스로 깨닫는 일이다. 그것은 때로 귀찮고 힘든 일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스스로의 머리로 생각하고 스스로의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러므로, 더욱, 인간으로 태어난 지고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일이다. 책 읽기는 때로 어렵다. 그래도 나는 읽는다.
---「그래도 나는 읽는다」 중에서


졸음 속에서, 28x21cm, 종이 위에 혼합재료, 2021.


서점에 방문하여 책 냄새를 맡으며 책을 구입했던 시기를 지나 지금은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매한다. 각종 할인과 이벤트, 포인트 등으로 조금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서이다.

또한 매년 연말에 1년 동안 구입했던 총금액과 장르별로 취합하여 나의 독서 성향 등을 파악하여 알려주니 재미있기도 하다.

그러나 책을 구매하지 않아도 시간이 날 때마다 서점은 자주 가는 편이다. 주제별로 나눠져 있는 공간에 책을 찾아보며  읽는 시간과 공간이 좋아서 이다.


요즘은 이북리더기를 통해 책을 읽는다.

지하철, 버스 이동시 그리고 여행 갈 때 가벼워 휴대하기 좋은 장점이 있다.

때때로 읽고 싶은 책들이 무거워서 전자책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를 제외하고는 종이책을 선호한다.

전자책에서 느낄 수 없는 종이책의 따뜻함이 있다. 아무리 따뜻하고 감성적인 책이라도 전자책으로 읽으면 그만의 매력을 느낄 수 없고 어딘가 모르게 차갑게 느껴진다.


책을 구입하면 먼저 첫 페이지에 내가 구입한 년도와 날짜를 쓰고 사인을 한다. 이런 습관은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하는 나의 습관이다.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으면 밑줄 긋기, 모르는 단어는 찾아서 책에 기록을 하고, 잊을 수 없는 책은 북마크를 꽂아두고, 그 외 형형색색 종이 인덱스를 붙여 쌓이면 책 한 권을 다 읽게 된다.

이렇게 책꽂이에 꽂아둔 책은 몇 달, 몇 년이 지나 다시 그 책을 집었을 때 그 흔적들을 찾아가며 다시 읽고 생각한다. 그때 밑줄 긋기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지금은 또 어떤 생각으로 바뀌었는지 그대로인지 알 수가 있다.


가끔 예전에 읽은 책을 꺼내 펼쳤을 때, 그 속에 메모지를 발견하여 읽거나 공연 티켓이나 엽서 등을 찾을 때가 있다. 그때 나에게 어떤 일이 있었고 누구와 만났으며 어디를 다녔는지 그 흔적을 찾아 머릿속이 활발해진다.

마치 지난 일기장을 읽어 보는 듯하다.


들리니? , 종이 위에 색연필, 28x21cm, 2021



전자책 판매가 증가하고 종이책의 위기라고  하지만,  결코 종이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아직까지는 시장에 없는 전자책들이 많이 있다.

전자책의 편리성과 종이책의 깊이를 놓고 봤을 때 서로 경쟁이 아닌 상호보완적인 관계라 할 수 있다.

가격과 편리함으로 다가온 전자책과 아날로그적 감성과 깊이감을 느낄 수 있는 종이책, 서로 다른 매력이 있지만 공통점은 모두 책을 읽는다는 그  '가치'인 것이다.

읽다 보면 책이 책을 소개하고 있다. 그렇게 연결고리를 타고 읽은 책들이 한 두 권이 아니다.

'손으로 책을 넘기며 읽는 그 감성'을 잊을 수 없으며 인간의 감각을 여러 형태로 자극시켜 준다. 그래서 여전히 나는 종이책이 좋다.




독서, 28x21cm, 종이 위에 과슈, 2021.


『독서의 역사』의 저자 알베르토 망구엘에 의하면 서구에서는 10세기까지 묵독이 보편화되지 않았다고 한다. 알렉산더 대왕도 모친이 보낸 편지를 말없이 읽어 부하들을 당혹스럽게 했고, 시저도 연애편지를 소리 내서 읽지 않은 것이 특별한 일로 기록되어 있다. 그렇다. 사실 사람이 책을 ‘혼자서 조용히’ 읽게 된 것은 인간이 신에 의존하지 않고 단독자로서 세계와 마주하게 된 이후의 습관이었다.





※ 모든 그림은 저의 작품입니다. 무단 도용 및 불펌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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