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게임회사
“게임회사? 맨날 게임만 하는거야?”
“좋겠다. 좋아하는 일 해서”
게임 회사를 다니던 시절 주변사람들로부터 들었던 말이다. 그렇게 생각할 만 하다. 내가 게임에 미친 걸 뻔히 아니, 하루 종일 게임만 생각하고, 소통하고, 만지고, 두드린다니 얼마나 좋아보였겠는가.
그러나 회사는 회사, 매출은 매출이다. 게임회사 다닌다고 내가 하고 싶은 게임만 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해야만 하는일’에 치이다 보면 ‘하고싶은 게임’은 뒷전이 되기 일쑤. 게임회사 다니면서 “요즘 게임할 시간이 너무 없다” 는 푸념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혁신적인 일을 하자”
넥슨, 넷마블에 이르는 거대한 게임회사에서부터 게임으로 세상을 바꾸는 ‘모두다’까지 혁신은 모든 조직의 숙명이다. 어디 게임회사만의 이야기일까.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기업들 역시 오늘도 새로운 혁신을 고민하느라 밤 늦게까지 불이 환하다. 변화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게임 개발사부터 전세계 수억의 팬을 거느린 게임 회사까지 ‘혁신이 일상인’ 게임 회사들을 만나보자.
혁신은 포기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_ 블리자드
‘타이탄’이라는 게임을 아는가? 들어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덕후다. 이 게임은 블리자드가 10년을 투자해 개발하다가 결국 프로젝트를 중지하게 된 게임이다. 기본적으로 MMORPG* 게임들은 어마어마한 개발비가 투입된다. 한 프로젝트당 투입되는 개발자의 수는 최소 50명, 100명을 뛰어넘는 경우도 흔하다. 타이탄의 개발진들은 블리자드의 초히트작 ‘WOW(월드오브워크래프트, ‘와우’로 불린다)를 뛰어넘는 게임을 만들고자 했다. 지금껏 만들어 온 게임들이 모두 메가히트를 쳤으니 충분히 그럴만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준비된 줄 알았던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모든 것에서 최악인 게임이 되어버렸고, 그들은 실패를 인정하며 완전히 새로운 게임으로 전향한다. 타이탄은 디자인, 콘셉트만 일부 이어받은 채 완전히 새로운 이름으로 세상에 나온다.
바로 ‘오버워치’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생각과 전혀 다른 방향이었지만 그들은 실패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게이머가 원하는 게임을 만들었다. 혁신이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뿐 아니라 신념 자체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것은 아닐까? 덕분에 오늘도 게골녀는 오버워치 삼매경에 빠지며 심해*를 헤엄치고 있다.
오버워치란?
2016년에 출시된 블리자드의 최신 FPS(First-person shooting) 게임. LOL로 대표되는 3인칭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과 다르게 내 시점이 곧 캐릭터의 시점인 1인칭 게임이다. 슈팅게임이라고 들입다 총만 쏘는 게 아니라 활도 쏘고 망치도 휘두르고 팀원들의 체력도 회복시켜주는 등 각 캐릭터(영웅)의 특징이 잘 살아있다. 30대 게골녀의 인생을 착실히 저당잡아가며 핵꿀잼을 선사하고 있는 중.
(오늘까지 누적 피씨방 결재 금액이 얼마더라… )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남다르게 간다_ 밸브
밸브는 원래 게임 개발사다. 개발사랑 퍼블리셔의 개념은 조금 다르다. 개발사가 게임을 개발한다면 퍼블리셔는 이들이 개발한 게임을 흥행시키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작가와 출판사의 관계랄까.
아무튼, 그런 개발사에서 ‘팀 포트리스’ 시리즈 같은 역작을 내놓더니 어느 날 증기밥솥 이름 같은 ‘스팀(Steam)’을 서비스 하게 된다. ‘연쇄할인마’로 잘 알려진 스팀은 전세계의 모든 이들이 자신이 만든 게임을 선보이고 구매할 수 있게 만든 플랫폼이다. 게임 개발로 이미 대박을 친 회사가 왜 굳이 플랫폼을 만든 걸까?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콘솔 시장은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점유하고 있고 개별 게임은 흥행이 끝나면 필연적으로 다음 작품을 만들어야한다. 그렇다면? 재미있는 게임을 누구나 쉽게 사고 팔수 있도록 한다면 어떨까? 거기다 우리 게임도 얹어 팔고.
밸브의 이러한 생각은 게이머들의 갈증을 해결해줬고 결국 독보적인 온라인 게임 유통 채널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밸브의 혁신은 게이머가 게임을 즐기는 모습 자체를 변화시켰다. 과거에는 1~2개의 게임을 고심끝에 고르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거나, 혹은 ‘에잇 잘못샀네’하며 선택을 후회 하는 것 외의 방법은 없었다. 스팀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구매 전부터 게임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게임 유저 중 30% 이상이 게임을 플레이 하지 않고 갖고만 있더라도 ‘밥 안먹어도 배부른 기분을 느낀다고 한다. 수집형 플랫폼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소규모 개발사들은 그들의 창의적인 게임을 사람들에게 검증받으며 개발에 대한 부담감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밸브의 이러한 시도의 배경에는 창의적인 조직문화와 인재고용이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게임업계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밸브에 대해 간략하게 정의한 에세이를 첨부한다.
신의직장, 밸브가 궁금한 사람들은 여기서!
혁신은 어렵다. 한번 했다고 혁신한 상태가 쭉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그러면 참 좋겠는데!) 게골녀의 고향 ‘모두다’ 는 최근 모든 직원이 수평어*를 쓰는 열린 조직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사람들의 반응이 “잘했다” 혹은 “부럽다”일줄 알았지만 99%는 이렇게 되묻는다.
“수평어가 뭐야?”
그럴때 마다 새삼 깨닫는다. 혁신에 성공하고 시장에서도 성공한 두 기업의 위대함을.
게임용어 사전
1) 갓버워치
God+오버워치, 오버워치의 절대적 재미를 칭송하는 표현
변용) 신컨 = 신의 + 컨트롤, 게임을 아주 잘 하는 사람 혹은 절묘한 컨트롤을 부르는 말
활용) 나는 갓버워치 신컨이 될거야!
2) 심해
LOL과 오버워치는 랭크 혹은 티어를 나누는 진검승부 같은 형태의 게임플레이가 존재한다. 이 게임에서 하위 약 30-50%의 사람을 ‘심해’라고 부르며 놀린다. 간혹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을 비하하여 ‘~ 충’ 이라고 부르는 말을 합쳐 심해충 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그러지 말자. 게임 못하는 것도 서러운데…
3) 수평어
상호간에 사용하는 무조건적 반말이 아니다. 서로간의 위계나 계급이 사라진 상태에서 하는 존댓말 혹은 반말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름이나 직급이 아닌 코드네임으로 부르는 모두다에서는 비교적 빠르게 도입된 개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