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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비스 Jul 19. 2016

영화 도리를 찾아서 –인간의 도리

장애와 어려움이 있는 자녀를 대하는 도리

영화 도리를 찾아서


 
I suffer from short term memory loss.
(나는 단기 기억력 상실증이 있어요)


도리의 부모가 기억력 상실에 걸린 어린 도리를 교육하는 장면이다.
어려움을 겪는 자녀가 사회에 나가기 전 어떻게 사람들에게 자신에 대해 설명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자녀가 덜 고통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알려주는 유일한 교육이다.


업이 업인지라, 니모를 찾아서를 볼때는 그저 ‘잘 잊어버리는, 그래서 웃긴 물고기’ 정도로 기억 되었던 도리가

일상생활의 어려움(사실, 장애라는 말도 이 표현으로 순화해 쓰고 싶다) 을 겪고 있는 개인과 그 가족의 이야기로 다가왔다.
 

영화는 애니매이션 답게 일상 생활의 어려움을 수사적으로 풀어가기 보다는 도리가 부모를 잃고 친구도 잃고 자신도 잃어버릴 뻔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역경을 헤치고 부모를 만난다는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영화적 요소와 구성에 대한 평가는 접어 두더라도 ‘도리를 찾아서’ 는 우리에게 임팩트 있는 사실을 담담하게 알려준다.


1. 도리의 부모
대부분의 장애인 재단은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족들이 설립하고 운영한다.
채용도 마찬가지.
 
(약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리의 부모는 도리가 돌아 올때 까지 조개를 모으며 길을 만든다.
현실에서 자녀를 위한 조개길 만들기는 재단을 세우고,
자녀가 있을 공간과 사회를 만들어 주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리고 끝없이 가슴 졸이며 산다.

우리 애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지, 누군가가 이유 없이 해코지 하지 않을지.
 

소셜벤처 모두다는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열린,
마음의 장벽을 허문 공간 Mind-barrier-free

게임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공간을 처음 홍보하고 다닐 때 비장애인 보호자로 부터 들은 질문
“장애인이 다른 사람에게 난폭한 행동을 하면 어쩌죠?”

적잖은 충격이었다.
그렇다. 발달장애인 방문자가 돌발 행동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왜 그 전제가 ‘장애인’ 이라는 프레임 안에 갇혀 있어야만 하는가?
고민 끝에 게임공간을 운영하는 단 하나의 룰이 만들어지게 된다.
 
『게임 공간은 게임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습니다.
다른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재미있게 놀아 보아요』

그리고 우려했던 일은 단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2. 주변사람들
길을 잃어버린 도리.
“저희 엄마 아빠를 못보셨나요?”
애타게 주변에 도움을 청하지만 대부분은 관심 없다.


“너네 부모님이 어떻게 생기셨니?”
(물고기 부모님이 그 물고기랑 똑같이 생겼겠지!)

“다음 번에는 좀 더 자세히 말해주렴”
피상적이면서 자신의 도덕성은 침해 받지 않는 딱 그 수준 까지만 반응해 준다.

재미있게도 이 단역 어류들은 대부분 칙칙한 색이다.
도리와 니모가족에게 친절한 사람들은 색이 곱다.
시커먼 바다표범도 때깔이 다르다.

타인의 어려움에 무심한 대중들을 향한 제작자의 일침 이라고 해석하면 오버일까?


                                                                                                        
“넌 가서 잊어버리기나 해! 그게 네가 제일 잘하는거 잖아!”
니모 애비는 니모를 다치게 한 도리에게 심한말을 퍼붓는다.

‘관계’ 라는 측면에서 이 행동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우리는 얼마나 가족과, 친구와 얼마나 갈등을 빚고 다시 화해하고 즐겁게 지내왔었는가.
건강한 관계는 싸우지 않는 관계가 아니라 ‘미안하다’ 고 말 할 수 있는 관계이다.


3.     그래서 결국 우리는
 
나는 키가 작다.
10대 후반에는 분노조절 장애도 있었던 것 같다.

장애의 종류와 스펙트럼은 사람의 성격이 제각각 인것 처럼 다르다.
나와 만나는 고객들 중에는 가끔, 나도 잊고 살았던 사건을 기억해 내며 우리를 놀래키기도 한다.

일전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한달 뒤 다시 찾은 지갑을 보며 씩- 웃으며 말 했다.

“지갑 찾으셨네요”
 
도리의 단기 기억력 상실은 불편하다.
주변사람들도 불편하다.

하지만 도리는 도리만의 매력이 있다. 어려움이 찾아와도 도리의 방식으로 해결해 간다.
장애도 마찬가지라는 말, 뻔하지만 정말 그렇다.

그게 인간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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