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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소 Jul 14. 2024

압수

정신과 입원은 처음이라(세 번째 이야기)

보호병동에 겨우 입성했는데 바로 병실을 가지 못했다. 병실까지 가기 전 또 다른 과정이 있었다.


보호병동(폐쇄 병동) 문턱을 겨우 넘은 나는 보호자 실로 들어가 몸무게를 재고 환자복으로 갈아입었다. 업무용 노트북을 들고 온 간호사에게 의사와 그동안 이야기했던 증세와 현재 상태에 대해 다시 답해야 했다. 의사에게 했던 이야기와 다르게 답하지 않았는지 고민이 되었지만 간호사는 내가 말하는 대로 타자 치기에 바빠 보였다. 그 와중에 한 남자(알고 보니 보호사)가 들어와 노트북과 휴대폰을 빼고 다시 가져온 짐가방을 들고 사라졌다. 잠시 후 돌아온 보호사는 몇몇 물품이 반입이 안된다고 다시 들고 와서 보여주었다.


<족집게와 치간칫솔>


눈썹 제거 족집게는 모양을 보는 순간 탈락이 이해가 되었다.      

‘치간칫솔은 왜?’      

치아 사이를 몇 번 왔다 갔다 하다 보면 몸체에서 떨어져 나가 버리는 한낮 가녀린, 가느다란 칫솔 철이 문제가 된 게 아닌가 싶어 혼자 몇 초 생각하다 수긍하였다. 하지만 세면도구를 넣어둔 목욕용 망사 바구니의 한 주머니에서 좀 더 얇은 다른 치간칫솔이 발견되어 CCTV가 없는 샤워실에서 이 사이에 끼인 이물질을 빼내는 데 요긴하게 사용하였다.      


같은 병원에서 처방받은 정신건강의학과 약도 확인이 안 된다는 이유로 반입 불허되었다. 다른 병원에서 처방받은 피부과 약도 당연히 반입 불허, 스테이플러가 박힌 서류 뭉치와 필기도구인 볼펜도 반입 불허, 귀걸이도 귀에서 빼 따로 보관, 현금과 신용카드, 신분증도 탈락! 

마지막으로, 신고 있던 운동화에 묶여 있던 끈도 풀어서 끈만 따로 보관해야 했다.


정신건강의학과 개방 병동과 보호 병동(폐쇄 병동)을 연결하는 통로 사이에 있는 사물함에 반입 불허된 물품들이 비밀번호와 함께 보관되었다. 그 비밀번호를 내가 아닌 간호사만 알고 있다는 불안감이 나를 휘감았지만 어차피 한번 들어가면 그 공간으로 나올 수도 없었고 당시의 나로서는 어쩔 도리도 없었다. 이곳에선 내가 누구인지, 내 신용이 어떻게 되는지 알 필요도, 쓸 데도 없었다.     


<입원 첫 째날>

[현재력] X월부터 투약으로도 조절되지 않고 한 증상이 조절되면 다른 증상이 심화되고 무기력해지고 공황증상 수시로 오며 수면 불안정해지면서 회사에서도 졸려 힘들게 다니다 (중략) 약 조절에도 증상 호전되지 않아 본원 외래 치료 중임에도 만족스럽지 않아 투약조절 위해 본원 보호병동 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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