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봄’ 계절 안에서

연희동 벚꽃 아래서 만난 노부부이야기

by 프리데이

벚꽃을 보러 연희동 근처 홍제천을 걸었다. 한여름, 한겨울은 있는데, 왜 한봄이라는 계절은 없을까? 벚꽃과 개나리, 그리고 막 돋아나려는 연녹빛 새싹들을 보며 나는 분명 지금, ‘한봄’을 걷고 있다고 느꼈다.


천천히 걷다가, 한 노부부를 마주쳤다. 벚꽃나무 아래에서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고 계셨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제가 사진 찍어드릴까요?”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두 분은 흔쾌히 스마트폰을 내 손에 건네셨다.


사진을 찍으려 하자, 두 분이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시더니, 이내 나무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나뉘어 서셨다. 그리고는 팔을 번쩍 들고, 서로를 향해 하트를 만드셨다. 팔이 잘 안 올라가서 조금 찌그러진 하트가 되었지만, 그 나이에도 그렇게 서로를 사랑하고, 해맑고 순수한 모습을 보니 괜히 마음이 뭉클해져 주책맞게 눈물이 날 뻔했다.


사진을 다 찍고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헤어졌는데, 몇 분쯤 지났을까. 홀로 불광천을 걷던 내 뒤에서 빠바방—리드미컬한 경적 소리가 들렸다. 놀라 돌아보니, 조금 전 사진을 찍어주시던 할아버지였다. 승용차 창 너머로 반가운 얼굴을 보이며 손을 흔들고 계셨다.


그 순간들이 참 따뜻했다. 그 노부부의 해맑은 얼굴, 찌그러진 하트, 그리고 반가움을 담은 경적.


봄볕에 물든 하루 속에서, 나는 문득 언젠가, 내 미래의 남편과 저렇게 늙어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분들에게는, 나이가 들어도 마음은 언제나 ‘한봄’ 일 거라는 것. 따뜻하고 해사한 그 계절처럼, 오래도록 서로를 향해 웃고 있을 거라는 것.


‘한봄’이라는 단어를 내 마음에 살며시 담아두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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