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내가 지켜줄차례
엄마가 사기를 당했다. 가게 온라인 마케팅을 해준다는 말에 260만 원을 덜컥 일시불로 지불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했다. 정작 시작된 마케팅은 엉터리였고, 이상한 점을 뒤늦게 알아챘을 땐 이미 늦어 있었다. 계약해지를 시도했지만, 그 많던 연락은 끊겼고, 답장은 오지 않았다.
“나, 계약했어.” 처음엔 꽤 밝은 목소리였다. 기대가 섞인, 뭔가 잘 될 것 같다는 말투였다. 그런데 그것이 사기였다고 생각하니, 가슴 깊숙한 곳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엄마는 원래 사람을 잘 믿지 않는다. 조심성이 많고, 의심도 많고, 늘 경계심이 강한 사람이다. 사기꾼은 매일같이 안부를 묻고, 하루에도 몇 번씩 카카오톡을 보냈다고 했다. 그 다정한 말투에 엄마는 마음이 조금씩 풀렸고, 마음의 문을 열게 만든 뒤 결국 계약서에 사인을 하니 한순간에 등을 돌린 것이다. 사람을 이렇게 함부로 배신할 수 있다니. 그게 너무 분하고 원망스러웠다.
엄마는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스스로를 자책했다. 내가 엄마의 표정에서 느낀 건 단순한 당황이나 분노가 아니었다. 깊은 마음의 상처였다. 그게 아렸다. 내 가슴이 뻐근할 만큼.
나에게 엄마는 누구보다 똑똑하고 단단한 사람이었다. 결정을 내릴 땐 항상 신중했고, 지혜로우며 나보다 세상 일에 훨씬 밝았다. 엄마는 내게는 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런 엄마가, 지금은 조금씩 약해지고 있다. 낯선 말에 쉽게 믿고, 누군가의 친절에 흔들리기도 한다. 나는 그런 엄마의 모습을 처음 본 것 같다. 그리고 엄마가 이제는 이렇게도 쉽게 무너지고 상처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속상했고, 서글펐다.
그 순간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 엄마가 나를 지켜줬다면, 이제는 내가 엄마를 지켜야 한다는 것. 세상은 여전히 날카롭고, 엄마는 예전보다 조금 더 여리다. 그래서 이제 엄마의 마음이 더는 다치지 않도록 내가 엄마를 지켜야 하는 시간이 왔다고. 이제는 내가 엄마의 울타리가 되어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