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에서 남은 마음

조금 더 친절했더라면

by 프리데이

나는 그런 얼굴인가 보다. 지하철이든 길거리든, 유독 나에게 길을 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신천지나 사이비가 먼저 다가오기도 하지만) 무심코 지나던 하루에도, 나는 종종 누군가의 목적지 찾기에 잠깐 끌려 들어간다.


오늘은 지하철을 타다가 한 할머니가 다가오셨다.

“어이, 아가씨. 대합실이 어디야?”

조금 거친 말투, 신경질이 섞인 어투에 나도 모르게 움찔했고, 조그만 반발심이 올라왔다.


“위로 올라가시면 돼요.”

짧게 대답했다.

“엘리베이터는 없나?” 하시기에

“쭉 직진하시면 나와요.” 하고 말했다.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내였다.


그렇게 할머니는 내 앞을 지나쳐갔다.

그런데… 발걸음이 너무 느렸다.

절룩절룩. 한 걸음, 또 한 걸음.

1초에 10cm 정도 가시는 걸까.

그 모습을 보고 순간 아차 싶었다.


몸이 많이 불편하신 분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을 알아차린 다음에야

내가 조금 더 친절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그 거친 말투 뒤에 숨은 피로,

그리고 그 느린 걸음 뒤에 남은 수많은 험한 거리들.

그걸 조금만 더 일찍 알아챘더라면,

조금 더 다정한 말투로 대답할 수 있었을 텐데.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말 한마디라도 더 부드럽게 할 수 있었는데.

마음 한켠에 후회가 하루치쯤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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