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신적 자유 연구소 Jun 21. 2022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기

마인드 트레이닝 - 1


 저는 10년이 한참 지난 중고차를 타고 있습니다. 차를 오래 타다 보니 하나, 둘 수리할 것이 쌓여가다 엔진오일도 교체할 시기가 되어 지난주 금요일에는 자동차 정비를 하기 위해 휴가를 내었습니다. 차 안이 지저분하여 가기 전 정리를 하고자 현관 앞에 전면 주차를 하였는데, 다시 출발하려니 후진 기어에서 차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가볍게 액셀을 밟자 무엇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며 후진이 되었습니다. 바닥에 장애물이 있나 싶어 차에서 내려 바퀴 아래를 살펴보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운전석에서 후진을 밟자 조금 가는 듯하더니 다시 탕탕 부서지는 소리가 나며 차가 흔들렸습니다.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것을 직감하였고, 이제 차가 오래되다 보니 드디어 엔진이 고장 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대로는 운전을 하면 위험할 것 같아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렸는데 전면부를 보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범퍼가 사진과 같이 완전히 뜯겨 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범퍼의 하단부가 보도블록에 끼어있었고 후진 시 힘을 받은 연결 부위가 모두 부서져버렸습니다.





 상황 파악을 한 직후 저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비난했습니다.


 "왜 차를 이렇게 보도블록 위로 바짝 대었지?"

 "굳이 차를 여기로 옮기지 않아도 됐을 텐데"

 "도대체 왜 나는 하는 일마다 이렇게 안되지?"

 "이럴 거면 휴가를 내지 말았어야 하는데"

 "나는 도대체 왜 이모양일까?"


스스로를 비난하다가 다시 저는 남 탓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보도블록이 왜 여기만 이렇게 튀어나와 있지?"

 "차가 보도블록 가까이 가지 못하게 안전장치는 왜 없는 거야?"

 "옆 차가 없었으면 나도 여기 안 댔을 텐데, 왜 하필 지금 여기 주차를 해놓은 거야?"


저는 제 무의식으로부터 비난받는 것이 힘들어 타인의 잘못을 찾으려 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에 휩싸인 것을 느끼자 먼저 비난의 대상을 찾는 것을 멈추었습니다.

저에게 닥친 불운을 후회하기보다는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는 것을 먼저 인정하려 하였습니다.


"보도블록이 저 부부만 튀어나와 있는걸 미리 알 수가 없었잖아."

"주차를 하는 동안에는 차가 바닥에 닿는 느낌조차 나지 않았는걸."

"범퍼가 바닥에 낀다는 건 미리 예측할 수 없는 문제였어."


다음은 부정적인 경험을 긍정적인 결과로 바꾸기 위한 생각을 하였습니다. 모든 일에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고, 실수를 통해서 배운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습니다.


"이것도 다 경험이니까 앞으로는 전면 주차할 때 조심하면 돼. 같은 실수는 하지 말자. 난 전보다 조금 더 운전을 잘하게 된 거야."


 마음을 다소 진정시킨 후에는 보험사에 전화를 하여 차를 견인하였습니다. 센터에 도착하기 전 견인차 기사님께 범퍼 교체를 하지 않고도 수리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실제 상담을 받으며 비용이 생각보다 크게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비로소 마음이 놓이게 되었습니다.



 진료를 하다 보면 많은 분들이 작은 실수나 실패조차 두려워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실수나 실패를 하는 상황을 떠올리면 "나는 왜 이렇게 못났지?", "나는 왜 하는 일마다 안될까?", "나는 왜 이모양일까?" 등등의 자기 비난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비난의 목소리는 성장과정에서 부모님으로부터 학습되어 내재화된 경우가 많습니다.

 " 왜 이런 실수를 한 거니?", "너는 누구 닮아서 그러니?", "너는 왜 매번 힘들게 하니?" 등등 실수와 실패를 할 때마다 부모님에게 들어왔던 부정적인 말들이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공격하는 사고방식을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저 또한 이러한 사고방식에서 자유롭지 못하였습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면 늘 제가 제대로 해내지 못하거나 실수하는 것이 생길까 봐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정신과 공부를 하면서, 저 스스로를 비난하는 마음의 목소리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를 바꿀 수는 방법을 찾게 되었습니다. 


 변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실수나 실패에도 비난받지 않고 좌절하지 않는 경험의 축적입니다. 이를 성장과정에서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다면, 성인이 된 후에는 사고방식이 이미 고착화되어 긍정적인 경험을 하더라도 이를 내재화할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스스로를 비난하는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깨닫고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야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해줄 대상이 필요합니다. 좋은 연인이나 배우자를 만나서 꾸준한 영향을 받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직접 경험으로 획득할 수 없는 부분은 간접 경험으로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성공한 할리우드 배우들의 일대기를 설명해주는 유튜브 영상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언론에 노출이 많이 되다 보니 삶의 전반적인 과정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비교적 수월했습니다. 수십 편의 영상을 봤지만 실패 없이 성공만 해온 사람은 여태까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과정에서 한차례 더 성숙하고 성장해나가는 것을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내면에서 스스로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아직 지우지는 못했습니다. 이미 사용하고 있는 모국어를 잊어버리기 어려운 것처럼 성장기에 형성된 사고방식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저는 실수와 실패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고방식을 추가하기 위한 연습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불안해질 때마다 실수와 실패는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으며 제 자신을 성장시키는 '경험'이 된다는 사실을 되뇌는 것입니다.


 저는 아직도 실수와 실패를 두려워하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반겨 맞을 수는 없는 불청객이지만, 아무리 많은 음식을 먹고, 잠을 많이 자더라도 때가 되면 배가 고프고, 다시 졸리듯이, 내가 인생의 문제들을 반복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이제 무슨 일을 할 때든 실패의 확률을 없애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오히려 실패의 순간에는 올 것이 왔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습니다.


 실수나 실패에 대해 스스로를 비난하여 불안함을 느끼는 분들께서 참고하셨으면 합니다.

 스스로를 비난하는 내면의 목소리는 이전의 부정적인 경험이 축적되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 목소리는 누구나 같은 것이 아니며, 다시 긍정적인 경험을 축적하여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쉽게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번에 되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 많은 연습이 필요하듯이 변화하려는 의지와 방향성, 그리고 많은 연습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