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신적 자유 연구소 Jun 25. 2022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기(1)

마인드 트레이닝 - 2

결혼을 준비중인 30대 남성분 A는 최근 만난 친구 B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였습니다. 오랫만에 중학교 동창을 만나 처음에는 반가운 마음이었지만, 대화를 하면 할수록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고 하였습니다. B는 A에게 이런 저런 근황을 물으면서 A가 대답하는 것마다 자신이 그것에 대해 더 잘 안다는 듯한 조언을 반복하였습니다. A는 최근 신형 세단을  할부로 구입하였는데, 그 얘기를 들은 B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한동안 A를 타박했다고 하였습니다.


 "얼마주고 샀는데?", "할부로 샀다고?", "몇개월 했는데?", "지금 금리가 오르고 있는데 차를 사면 어떻게 해?", "제수씨랑 상의한 후에 결정한거야?", "결혼을 할거면 SUV를 사야지. 세단을 사면 어떻게 해?", "기름값은 어떻게 감당하려고?", "나한테 말하고 사지 그랬어.", "육아를 해봐야 알지. 너가 뭘 알겠냐?", "카시트를 놓으려면 무조건 세단이라고.", "장모님, 장인어른은 어떻게 태우려고?"


 A는 수 분간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B의 잔소리를 들었고, 차를 구입한 것이 큰 잘못처럼 느껴졌다고 하였습니다. B의 훈계는 자동차에서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자동차 다음에는 손실을 보고 있는 주식에 대해서였고, 그 다음은 대출로 구입한 신혼집에 대해서였습니다. 대화의 패턴은 항상 A의 결정이나 생각에 대한 타박으로 이어졌고 A는 자신이 내린 모든 결정이 잘못된 것처럼 느껴졌다 하였습니다.


 저는 A와 B 사이의 대화의 주제보다는 패턴에 집중하였습니다. B는 특정 주제가 나올 때마다 A의 행동을 평가절하하면서 자신이 경험과 지식이 진리인 것처럼 과시 하듯이 이야기 하였습니다. A가 질문을 하거나 생각이 다른 부분을 이야기 하면, B는 A에게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 한심하다는 듯이 타박을 한 후 이야기를 이어나갔습니다.  B는 흡연을 하지 않는 A에게 몸에 좋은 것은 혼자 다한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흡연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도리어 흡연자 앞에서 담배를 피지 않는 A의 행동을 이기적이라고 비난을 하였습니다. 상대방보다 심리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B와 다른 A의 모든 행동이 잘못한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 것입니다.


 가스라이팅은 흔히 심리적으로 타인을 조종하려는 언행을 가리킵니다. 누군가와의 대화에서 자꾸 마음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먼저 상대방의 대화 패턴을 관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스라이팅을 하는 가해자의 무의식적인 중심 사고방식을 파악해야 정신적인 타격을 받지 않고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A에게서 들은 B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하여 함께 B의 입장을 이해해보기로 하였습니다. B는 명문대 출신인 부모님과 비교하여 대학을 나오지 못한 스스로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B의 무의식은 학력이라는 기준으로 스스로를 무가치하게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 또한 불안하게 여겼습니다. 고학력이 매력적인 배우자의 선택 기준이었고, 배우자가 A보다 좋은 대학 출신임을 수차례 강조하여 이야기하였습니다.


 B의 무의식은 항상 타인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자신의 위치가 상대방보다 낮지 않음을 확인받고 싶어 하고, 이는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자 A는 B의 부모님과 있었던 일화를 떠올렸습니다. A가 B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결혼식장에 갔을 때, B의 어머니는 A를 보자마자 "우리 B가 A보다 키가 크네."라는 말을 A와 B 앞에서 하였습니다. 이처럼 B의 어머니가 B를 타인과 비교하던 습관이 B의 사고방식을 형성하여 무의식적으로 타인과의 비교를 끊임없이 하도록 만들었을 것입니다.

 

 B의 사고방식에 대한 이해를 한 후 저는 A에게 무의식의 작동 원리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자세히 설명해주었습니다. B의 무의식은 타인을 비하하는 언행을 통해 자신이 타인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음을 느끼고 싶어 합니다.  A는 B의 사고방식으로 인해 관계가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였고, 오랜 우정에도 불구하고 B와의 관계를 정리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B와 같이 가스라이팅은 무의식적인 욕망을 충족하거나 불안을 해소하려는 것이 본질적인 목적입니다. 인정 욕구 채우기, 비교 우위 점하기, 무시당하지 않기 등이 가스라이팅의 목적이므로 대화의 주제와 내용에 집중하여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언어와 행동 패턴을 분석하여 가스라이팅이 특정한 고정된 사고방식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더 이상 상대방이 나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만큼 의미가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