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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적 자유 연구소 Jul 25. 2022

부모님과 경계 설정 - 직업 선택하기

마인드 트레이닝 - 6


 20대 후반인 A는 대학 졸업 후 줄곧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2년간 의욕이 나지 않았지만 안정적인 직장을 갖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 억지로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A의 어머니는 불쑥 A의 방에 들어와 방청소를 하곤 하였으며, A의 물건을 마음대로 정리를 하거나 버리기도 하였습니다. A는 어머니가 자신의 물건을 건드리는 것이 싫어 청소를 하지 말아 달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하였으나, A의 어머니는 그럴 때면 다 A를 위한 것이라며 심하게 화를 내곤 하였습니다. A는 어머니가 자신의 의견을 들어주지 않는 것이 화가 나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합격만을 바라보며 뒷바라지를 하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죄책감이 들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로 지내었습니다.


 많은 청년들이 A와 같이 부모님이 원하는 삶의 방향과 목표를  자신의 것으로 수용하여 살아가곤 합니다. 부모님의 기대가 스스로의 가치관 또는 능력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경우에는 문제가 없는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대학 진학, 진로 선택, 결혼 및 이후의 자녀 양육 과정에서 부모님의 간섭이 지속되는 경우 언젠가는 이 문제가 삶을 힘들게 하는 이유가 되곤 합니다. 


 스스로의 신념, 가치관, 정체성이 확고하지 않은 경우에는 특히 이러한 부모님의 간섭에 매우 취약합니다. A와 같이 부모님이 원하는 방향이 자신과 맞지 않는 길임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음에도,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이 두려워 시작을 못하거나 반대에 부딪혀 중도에 포기를 하기도 합니다. 부모님의 뜻을 따르지 않는 것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스스로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경험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되어 결국 방향성을 잃거나 무기력해지게 됩니다.


 우리가 부모님에게 죄책감을 갖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부모님이 어떠한 기준에서 우리에게 삶의 이정표를 제시하는지, 그리고 그 기준은  합리적인 것인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부모님들의 사고방식은 사회문화적 배경에 의해 작동하며, 그 사고방식은 또한 무의식적으로 자녀 세대로 전달됩니다. 직업 선택의 문제에 있어서 한국의 부모님들이 우선시하는 가장 큰 기준 두 가지는 1) 안정성 및 2) 체면입니다.


 먼저 첫 번째 기준인 안정성은 직업의 장기 유지 가능성입니다. 생명 연장, 은퇴 후 경제 활동 능력이나 경제 위기 등 안정성을 추구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자녀들이 살면서 큰 어려움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님들은 최대한 안전한 길로 자녀들을 안내하고 싶어 하며 안정적이지 못한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유발합니다. 


 하지만 안전하다는 것은 과거의 경험에서 오는 판단으로 미래에 그대로 대입하여 자녀의 세대까지 그 가치가 온전히 유지될지 여부는 현재의 시점에서 알 수가 없습니다. 현재에는 특정한 직업이 안정적이더라도,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수십 년이 지난 후에는 어떠한 위기를 맞이할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안정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것은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데 도리어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정년퇴직까지 기대를 하고 입사를 한 직장에서 적응에 실패했을 때, 즉, 안정성에 대한 기대가 깨질 경우 극심한 불안감 및 우울증에 시달리기까지 합니다. 직장과 자신을 동일시하여 인생 전체가 부정당했다고 느끼거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두 번째 문제는 체면입니다. 체면은 내가 실제로 일을 수행함에 있어서 보람을 느끼고, 만족하는 것과 별개로  타인들의 시선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입니다. 체면은 근본적으로 유교의 계급주의적 가치관에서 비롯된 상하관계를 나누려는 무의식에서 출발합니다. 즉, 부모님에게 있어서 자녀의 성공 여부는 상대방과 자신의 상하관계를 설정하는 하나의 기준이 됩니다. 


 상하관계를 설정하려는 속성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모든 한국인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문화적 경향성이기 때문에 쉽게 외면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타인들이 끊임없이 수직적 상하관계를 설정하려 하기 때문에 비교적 높은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상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체면, 즉 외부의 시선을 지나치게 중요시하여 직업 선택에 있어서 만족감과 자기 효능감을 희생한다면, 일을 하는 데 있어서의 동기 부여가 되지 않고 불행감을 느끼며 살아갈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직업 활동에 대한 심리적 만족감을 뒤로 미루고 금전적 보상 만을 우선시하기도 합니다만, 일을 하면서 얻는 만족감은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안정적이고 타인들에게 인정받는 직업을 가지고 있더라도 항상 불만에 차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그 일을 그만두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안정적인 것, 금전적 보상이 많은 것, 사회적 인정을 받는 것 등 모두 중요한 가치일 수 있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그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스스로에게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스스로 원하지 않고 잘할 수도 없는 길임에도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으로 그만두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분이라면,  그러한 마음을 이제 내려놓으셨으면 합니다. 부모님들은 본인들이 갖고 있는 가치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하고, 해석하고, 불안해하고 있을 뿐, 자녀들이 진정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하며, 부모님들의 뜻대로 하려다 실패한 자녀들의 삶을 대신 책임져주지도 못합니다. 내가 선택한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려는 마음으로 안정이 아닌 개척을 우선시하고 타인의 시선에 앞서 내 마음의 소리를 먼저 귀 기울여 듣는다면 보다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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