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연극제 서평 ep.1
글 김요르고스
사진 이철승
한 자리에 모여
무대에 오르는 이상한 세상 이야기
본 시리즈는 2021년 6월 24일부터 6월 26일까지 대학로에서 열린 오프라인 매드연극제의 10편의 연극 공연의 정보와 감상을 전합니다.
이 글을 읽고 마음이 움직이신다면 2021년 8월 13일부터 8월 15일 온라인 무대에 오르는 아름답지만 이상한 세상 이야기를 제 1회 온라인 매드연극제에서 만나주세요.
2021년 8월 13일 19:00
'탈'을 소재로 한 창작예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뿌리가 깊습니다.
또 탈은 지역을 막론하고 세계 각지의 토속 종교 의례의 재료로 이용되기도 하지요.
탈이 이처럼 예술과 종교 영역에서 폭넓게 이용되어온 것은 탈 자체가 지닌 양면성에서 기인한 바가 큽니다. 세계 각지에서 공연 예술의 재료로 사용되는 탈들을 보면 인간적 상상력과 희로애락의 감정이 극대화되어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의 전통 탈춤에 쓰이는 탈들을 보더라도 온갖 종류의 인간군상과 감정이 개성 있게 표현되어있습니다. 이처럼 인간적 표현이 극대화된 탈이라는 매개를 통해 창작자와 관객은 보다 다양하고 자유롭게 마음을 주고받게 됩니다.
반면에, 탈은 공연이나 의례에 있어 인간적 표현과 감정을 고정시키는 기능이 있습니다.
탈을 쓴 배우는 적어도 무대에서만큼은 표정을 바꿀 수가 없으며, 탈의 제한된 틀에 얼굴을 가린 채 관객들과 소통해야 합니다.
탈은 이처럼 다양한 표현의 가능성과 억제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탈춤이 기층 민중들 사이에서 삶의 애환과 해학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 것도 이 같은 탈의 양면성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백성들은 탈이라는 억제된 틀 안에서 몸과 마음의 욕망과 세상에 대한 불만을 분출했던 것입니다. 한국의 전통 탈들에서 드러나는 해학적이고도 복잡한 표정에는 억압적이고 고단한 현실에 대한 인식과,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은 아니었을까요?
이 연극은 탈을 쓴 이들의 고정된 표정과 몸짓으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이른바 '곧은목지'의 시선으로 말입니다. 관객들은 서사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 이 연극에 당혹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배우들이 쓴 탈에 드러난 감정 표현 역시 무척이나 애매하고 복합적입니다. 슬피 우는 것 같으면서도 격앙되고 들떠 있는 듯하고, 깊은 한을 품은 것 같으면서도 해학적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불분명한 서사와 감정 표현 속에서 억제된 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마음과 감정이 드러납니다.
곧은목지의 불분명한 감정 표현과 서사는 신체적인 불편함 뿐 아니라 사회적인 편견에 묶여 있는 이들의 이야기이자 희로애락이기도 한 것입니다.
연극의 제목 <탈GOOD-탈나도 좋아: 곧은목지 이야기> 자체에서도 중의적이고 복합적인 의미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탈GOOD'의 '굿'은 말 그대로 좋다는 의미뿐 아니라 이 땅에서 고통받고 억압받으며 살아간 이들의 한을 신명 나는 탈춤으로 달래는 한판의 굿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곧은목지의 제약된 몸짓과 표정은 더 이상 기괴하고 저주받은 것이 아니라 해방의 매개로까지 승화되는 것입니다.
이 작품의 주요 소재인 '곧은목지'의 이야기는 비단 특정한 신체적 불편을 지닌 이들에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억제되고 틀에 갇힌 마음과 정서에 갇힌 채 서로를 바라보고 사랑하지 못하는 우리 현대인들에 대한 은유이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곧은목지의 이야기는 그러한 아픔과 단절 속에서 부르는 희망과 해방의 노래이기도 한 것입니다. 이 한판의 춤과 굿으로 여러분들도 마음에 담아온 것들을 풀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