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티카 Aug 11. 2021

고통받는 이들의 눈으로
우리 현대사의 서사를 따라가다

매드연극제 서평 ep.5

글 김요르고스 
사진 이철승




한 자리에 모여
무대에 오르는 이상한 세상 이야기 


온라인 매드연극제 포스터
오프라인 매드연극제 리플렛




 본 시리즈는 2021년 6월 24일부터 6월 26일까지 대학로에서 열린 오프라인 매드연극제의 10편의 연극 공연의 정보와 감상을 전합니다.
 이 글을 읽고 마음이 움직이신다면 2021년 8월 13일부터 8월 15일 온라인 무대에 오르는 아름답지만 이상한 세상 이야기를 제1회 온라인 매드연극제에서 만나주세요. 




2021년 8월 14일 19:00


매드연극제 선정작 <내 아이에게> 


내 아이에게 공연사진 


대전과 옥천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식장산의 남쪽 끝자락에는 '산내골령골'이 있습니다. 이곳은 과거 한국전쟁 개전기에 대한민국 국군이 후퇴를 거듭하여 남하하기 직전 보도연맹원 및 제주 4.3 및 여순사건에 연루되어 수감된 대전형무소 재소자 수천 명이 학살되어 암매장된 곳이지요.

학살의 명분은 국가 위급 상황에서 북한 정권의 잠재적 부역자 및 좌익사범들을 처단한다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무고한 민간인들이 많았으며 사상이나 정치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도 부지기수였습니다. 냉전 시대를 통틀어 이들은 국민으로서 명예를 회복하지 못했고 유가족들은 눈물을 삼킨 채 '빨갱이의 가족'이라는 따가운 사회적 시선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이 산내 학살 사건은 근대적 국민 국가에 의해 자행된 국가 폭력의 전형적인 사례 중 하나로 꼽힙니다. 



 


그로부터 60여 년이 지난 후의 사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긴 시간 동안 우리 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가 

많이 성숙해졌다고 믿었고, 실제로도 상당 부분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이 믿음을 깨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2014년 4월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한 승객 및 승무원들을 태운 세월호가 진도 부근 서해 한복판에서 침몰하면서 수백 명의 생명이 목숨을 잃은 것입니다. 국가는, 그리고 우리 사회는 이들을 구하기 위한 책임을 온전히 다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슬퍼하는 유가족들을 보듬어주지 못하고, 심지어 상처를 주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두 사건 사이에는 긴 세월의 간격이 존재하며, 사건의 성격도 다르고 세세한 부분에 있어 상당한 차이가 있지요. 그러나 두 사건 모두 국가가 책임이 있는 인명손실의 사례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개인에 의한 폭력은 상대적으로 예방과 처벌이 쉽습니다. 그러나 국가 폭력은 그 특성상 구체적인 책임의 소재와 범위를 정하기가 쉽지 않으며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도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극단 종이로 만든 배>의 연극 <내 아이에게>는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자녀를 잃은 유가족의 고백을 중심으로 하여 국가 폭력의 문제를 추적해나갑니다. 동시에 피해자들의 트라우마와 치유,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극의 중심 소재는 세월호 침몰 및 그 이후의 여파를 감내해야 했던 유가족들의 트라우마지만 제주 4.3 항쟁 당시 피학살자 유가족들의 고투, 5.18 광주 항쟁 당시 국가공권력의 피해자 유가족의 고백으로 서사를 확장해 가면서 우리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조명합니다. 


그리고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와 담론 속에서 외면받아온 이름 없는 민초들의 눈물과 아픔을 연극적 서사로 이끌어냅니다. 많은 부분이 독백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하나하나의 독백 안에 역사적 서사가 있습니다. 이 연극을 보시는 여러분들도 이 각각의 서사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그 서사는 단순히 지나간 과거의 사실들일뿐 아니라 지금, 여기에 실존하는 우리 모두의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연극은 국가폭력의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가해 주체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거나 책임 소재를 묻기보다는 피해자들의 아픔과 고통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국가 폭력의 책임자들을 색출하여 그에 상응하는 법적, 사회적 조치를 취하는 일보다도 국가 폭력으로 인해 아픔과 고통을 감내해온 

이웃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고 공감하는 일이 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우리는 이웃들의 고통에 너무나 무심했습니다. 사실 국가 폭력의 문제는 국가를 이루는 사회 공동체의 문제라는 점에서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이웃들과 함께하면서 국가 폭력을 예방하는 일은 우리 개개인의 권리와 존엄을 지키는 일이기도 한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연극적 감수성으로 담아낸 치유와 사랑 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