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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야구? 축구?

by FreedWriter

지난 금요일 저녁. 오랜만에 야구 채널을 틀었다.


초등학교 1학년 딸과 연년생 동생인 아들과 함께 스포츠 경기장을 자주 다녔다. 야구, 축구, 농구 등 가리지 않고 다녔다. 아내도 경기 직관을 좋아하다 보니 퇴근하고 곧 잘 다녔다.


당직근무로 주말에는 집에 오지 못하는 가족을 대신해 온전한 육아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금요일 저녁은 나름 편하고 싶었다. 저녁 뭐 먹고 싶냐고 자녀들에게 물어봤다. "치킨"이라는 대답은 나의 지갑사정을 얇게 하지만, 나의 피로를 풀어주는 좋은 메뉴다.


덕분에 나도 오랜만에 치킨을 함께 먹으며 집에 있던 맥주 한 캔과 함께 곁들였다. 평소 저녁 먹을 때는 TV를 틀지 않고 두 자녀와 대화를 시도하며 먹지만, 치킨에 맥주라는 조합은 저절로 TV리모컨으로 향했고, 아주 자연스럽게 응원하는 야구팀의 경기가 중계되는 채널을 누르고 있었다.


오랜만에 식사자리에 TV가 틀어지다 보니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눈길이 향했다.


아직은 야구와 축구를 적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첫째 여니가 갑자기 물어본다.


"아빠! TV 나오는 게 축구야 야구야?"


"야구지~!"


"그럼 아빠는 축구가 좋아, 야구가 좋아?"


"음.."


사실 뭐 하나 딱 좋아한다고 하기 애매했다. 축구든 야구든 농구든 다 좋아하는데 뭐 하나 딱 좋다고 단정 짓는 것이 조금은 불편했던 듯했다. 굳이 누가 뭐라 하지 않겠지만, 선정되지 못한 스포츠에게 괜한 미안한 감정이 순간 들었다.

답은 해야 하고, 뭐라도 답을 할까 고민하는 순간,


"그럼, 여니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음...;;;;; -^-^-...."


"아빠한테도 그런 거야~ 딱 정할 수 없는 그런 거야~"


다행히도 이해하는 듯했다.

첫째 딸의 잠깐의 질문에

나름 선방한(?) 답변을 한 것 같아

내심 뿌듯했다.


'모 아니면 도'라는 세상보다

더 많은 세상의 답이 있다는 것을 알아가며

자라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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