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메이드 가방
첫째 여니가 작은 흰색 종이 백을 보더니 갖고 싶다고 한다. 별 뜻 없이
“그래, 가져가”
라고 해 놓고, 이내 궁금해졌다.
“뭐 하려고?”
“가방 만들 거야!”
종이 백을 가져간다 하고 가방을 만든다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실 큰 기대도 하지 않았다.
거실에서 혼자 가위질하고 스카치테이프가 뜯기는 소리가 들린다. 십여 분이 흘렀을까.
“짜잔~!”
이라는 똘망 똘망 한 주파수의 한껏 들뜬 목소리의 여니가 보여준 가방. 본인이 직접 만들었다며 개선장군 마냥 어깨에 메고 나를 보여준다. 미적, 예술적 감각과는 담을 쌓고 있는 나였기에
“오~ 멋진데? 여니가 만든 거야?”
영혼이 나가기 직전의 잠깐 남은 말투로 칭찬과 격려를 전달한다.
끈으로 구성되어 있는 손잡이는 가위로 잘라버리고, 종이 백의 바닥 부분의 밑면, 옆면을 살린 채 과감하게 반을 잘랐고, 잘라진 윗면의 종이를 얇게 잘라서 어깨에 멜 수 있게 스카치테이프로 붙인 여니의 첫 백이었다.
정신을 차렸다.
아빠인 나는 지금, ‘딸의 첫 번째 인생 작을 눈앞에서 마주한 거야. 그게 무엇이든 칭찬을 해야 하는 역할이야!’라는 천사의 속삭임이 귓가에 맴돌았다.
옆에 있던 둘째 라미는
“누나! 가방이면 뚜껑도 있어야지!”라는 눈치 없는 멘트에 여니는 그대로 수용한다.
뚜껑이자 덮개를 가위질 몇 번과 테이프 몇 번으로 뚝딱 만들어냈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말이다. 그런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나였다면, 뭔가 더 멋지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리 재고, 저리 재면서 맘에 안 들어 했을 텐데 어린 여니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뚝딱이었다.
덮개까지 만들더니, 전체적인 흰색의 바탕이 심심했는지 이내 데커레이션까지 그린다. 앞면과 뒷면을 각각 다르게 말이다.
‘신박한데?’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찰나, 직접 도슨트까지 해가며 나에게 자랑을 하고 있었다.
종이로 직접 만든 휴대폰과 다른 여러 가지를 가방 안에 두고 학교를 가겠단다. 언제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얇디얇은 종이의 어깨끈과 위태롭게 연결해 주고 있는 테이프의 부착력의 힘은 알지도 못한 채 말이다.
“안돼!”라는 단호한 말이 먼저 나왔다.
가지고 나가면 분명 끊어질 테고, 끊어지면 안에 있는 내용물이 흩어질 테고, 그러면 본인이 더 실망할 게 뻔히 보이다 보니 이건 아니겠다 싶었다.
실망 그 자체의 표정. 그래도 단호박 같은 아빠의 불호령에 핸드메이드 백을 두고 가는 뒷모습은 안타까움 자체였다.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한 건가’, ‘얼마나 자랑하고 싶을까, 본인이 처음 만든 가방이라는걸’, ‘혹시 친구들한테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아 실망하면 어떨까'하는 아빠의 마음을 알고 있을까.
‘그래,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보자.’
첫 작품 평가에 대한 기대와 실망도 겪어봐야 알겠지? 창의적인 작품에 대해 내 생각만 하지 말고, 직접 겪어 보게 하는 것도 좋은 인생 공부가 될 것 같다.
‘내일은 여니가 만든 가방 가져가 봐~ 친구들이 뭐라 하는지 들어보고, 바꾸면 되니까~’
창의력이 바닥난 아빠는 창의력을 꿈꾸는 자녀들의 모습을 도와주지 못할망정, 짓밟지나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