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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니와 라미의 힘들었던 두발자전거 성공기

두발자전거

by FreedWriter

지난달 중순. 네발자전거를 타던 여니와 라미는 엄마의 이끌림이었는지 자발적인 의도였는지 모르겠지만 보조바퀴를 떼고 두발자전거를 탄다고 했다.


일요일 오후. 아내가 먼저 내려가 여니의 보조바퀴 두 개를 먼저 떼고, 힘들게 연습하고 있었다. 인내심이 필요한 시간이다. 화를 낼 수 없는 인고의 시간. 아내는 화산이 폭발한 듯 보였다. 붉으락푸르락 여니의 모습 또한 좋아 보이지 않았다.


잡아줄 수 있는 마땅한 곳이 안장밖에 없어 없는 힘도 쥐어 짜내 한 손으로 중심을 잡아주며 페달링을 하라고 주문한다. 주문한 대로 나오지 않는다. 넘어지지 않게 오른손, 왼손으로 바꿔가며 힘을 골고루 분산시켜 나의 양손의 마비가 오지 않도록 요령을 피운다.


“중심 잡고! 페달 구르고!”


똑같은 주문은 반복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 여니의 표정은 깊은 수렁으로만 빠지는 듯하다.

옆에 있는 라미는 엄마가 보조바퀴 하나만 떼주고 타보라고 했다. 한 쪽으로 치우친 중심, 어색해 보이긴 했지만 곧잘 탄다. 하지만 여니는 여전히 힘들어했고, 페달을 한 바퀴 돌릴 때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갈 듯, 말 듯한 아슬아슬 곡예 운전이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주중에도 계속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조른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아쉽게 성공하지 못한 두발자전거를 빨리 배워보고 싶은 굴뚝같은 마음을 모를 리 없었으나, 어둑해지는 날과 학습지의 과제로 다음 주일에 타자고 협상을 체결한다.


이윽고 약속한 날. 여니는 여전히 힘들어했다. 흩날리는 머릿결을 뒤로 챙 하고 넘기며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예쁘게 타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었을 것이다. 라미도 도전정신이 생겼는지 아슬하게 남아있던 반대쪽 보조 바퀴도 떼 달라고 한다. 라미도 두발이다.


여니는 아빠가, 라미는 엄마가 일대일 전담 교관으로 본격적인 두발자전거에 도전한다. 안장을 잡고 있던 손을 몰래 놓기도 하고, 중심이 흐트러질 땐 팔에 남아 있는 모든 근육을 집중시켜 중심을 잡아주고, 정 안될 때는 한 손은 안장, 한 손은 핸들을 잡고 강도 높은 연습을 시킨다.


”꽈당”


반대쪽에서 자전거의 페달과 보도블록이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들린다. 라미가 넘어졌다. 일대일 교관인 엄마는 “괜찮아~”로 격려한다. 울음을 터뜨릴 줄 알았던 라미는 씩씩하게 일어서고, 자전거를 일으켜 세우더니 다시 연습을 시작한다.


"넘어져도 돼~ 괜찮아~ 다시 일어서서 연습하면 되지~” 영혼을 담은 응원의 메시지가 와닿았을까. 팔꿈치, 무릎 보호대까지 완벽한 방어 태세를 갖추었기에 넘어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없애는 응원과 격려가 통했을까. 조금씩 페달을 구르는 모습이 보인다.


“하면 된다! 세 번 외치고 하면 돼!", “멋지게 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봐!~” 책에서 읽었던 긍정의 모든 문구들이 내 입에서 외치고 있었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그 조금이 넘어가지가 않는다. 속상한지 얼굴은 점점 더 굳어지고 표정은 그만하고 싶어 하는 눈치다.


바로 그때,


“우와! 된다!” 외마디 외침과 함께 라미가 성공했다. 분명 늦게 시작했는데 운동 신경이 있긴 있나 보다. 동생이 타는 모습을 보니 더 절망으로 빠져들어가는 듯한 여니. “괜찮아~ 여니도 금방 탈 수 있어!”, “할 수 있어!”라고 응원하지만, 굳어지는 표정을 더 이상 감당할 자신이 없어진다.


아내는 다시 지방으로 출발하고, 일대일 전담에서 모두를 교육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이 생겼다.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줬다. 나만의 자기 합리화. 씩씩거리고 있는 여니를 더 이상 북돋아 줄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힘들면 다음에 해도 돼~", “라미는 남자잖아~ 남자들이 원래 자전거 금방 타~”라고 위로를 해주지만 들리지 여니는 들리지 않는다. 넘어져도 계속 탄다.


이제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지칠 대로 지친 아빠는 옆 벤치에 앉아 아무 말 없이 지켜보며 무언의 압박 아닌 압박 같은 응원을 보낸다. 30여 분 시간이 흘렀을까..


“아빠!, 아빠!”


호떡집에 불이 났는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지 다급한 목소리로 아빠를 찾는 여니의 목소리의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다. 어머, 성공이다. 드디어 여니도 성공이다. 다급히 휴대폰을 찾아 카메라 앱을 선택해 동영상을 꾹 눌러 영상으로 남긴다. 이 소중하고 귀한 경험을 생생하게 기억에 남길 수 있도록 말이다.


자기 계발의 서적, 영상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두발자전거의 성공담. 그 쾌감을 내가 느껴버렸다. 아이들도 느꼈으면 좋겠다. 지금의 작은 성공이 꾸준한 성공으로 이어져 나가길 바라본다.


“노력한 모습이 정말 훌륭해! 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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