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니와 라미에게 기대되는 시간 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저녁 식사 이후의 간식 타임! 준비해 준 식사를 다해야지만 주어지는 포상의 개념이랄까. 과자든 아이스크림이든 먹고 싶은 간식들을 먹기 위해서는 아빠가 준비해 준 3찬의 밥, 국을 모두 해치워야 하는 기본 미션이 주어진다.
두 녀석들이 먹는 그릇이 정해져있기에 양은 항상 거의 동일하지만, 매번 많다고 투덜거린다.
“어제 준 양이랑 똑같아~ 매일 똑같은 양이야. 투정 거리지 말고 얼른 드세요~ 다 안 먹으면 과자, 아이스크림 없어!”
분명, 점심 식사 이후에 간단한 간식을 먹기도 하겠지만, 태권도장의 출근도장을 찍고 집에 돌아오면 땀 범벅이라 배고프다고 난리인데 식탁 위에 놓인 저녁은 먹기 싫은가 보다.
저녁 식사의 미션을 완수한 요원에게만 주어지는 간식 포상. 다 먹지 못하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두 요원들은 먹기 싫든, 좋든 아빠에게 주어진 미션을 완수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준다.
포상은 대부분 아내가 준비해 준다. 매 주말마다 집에 오긴 하지만, 훈련이나 근무 등으로 2주나 3주 동안 오지 못한 경우, 군 마트에서 과자를 잔뜩 사서 오는데 그때마다 두 요원들은 감탄과 탄성을 자아낸다. 확실히 군 마트의 과자 비용은 가계 부담을 절감해 준다.
요 근래, 과자가 없다는 분명한 소리 있는 아우성이 주기적으로 방송된다.
“아부지~ 먹을만한 과자가 없어요.”
라미가 먼저 방송하자,
“아빠~ 우리가 먹을 과자가 없어요~”
여니도 같은 방송을 반복한다.
과자는 아내가 거의 사 오는데 다양한 종류를 사 오다 보니 가끔 두 요원들의 입맛에 맞지 않아, 서랍 한편 만 차지하다 쓰레기통으로 정리되는, 내가 정말 싫어하는 낭비가 되어 버려 다 먹어야 한다는 미션을 추가로 부여해 주지만, 가감 없이 쓰레기통으로 버리는 인정사정없는 두 요원의 모습은 마치 감정 없는 로봇 같기도 하다.
안되겠다. 과자를 품에 앉고 있던 서랍 속의 바닥이 보인다. 휑하다. 태권도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과자를 사러 가기로 결심했다. 과자를 사 보았던 기억이 저 멀리 어딘가에 있었던가. 마트에서 보는 과자의 가격표는 선 뜻 사기 어려웠던 기억에 군 마트에서만 사야겠다고 다짐했던 옛 기억이 떠오르지만, 과감히 결정했다. 나에겐 민생 쿠폰이라는 최고의 서포트가 생겼기 때문이다.
“아부지! 왜 이쪽으로 가요?”
집으로 오는 방향이 아닌, 마트 방향으로 향하는 평소와 다른 발걸음에 라미가 묻는다.
“응. 오늘은 마트에서 과자 사고 갈 거야. 너희들이 없다고 해서 오늘은 특별히 너희가 먹고 싶은 걸로 골라서 사줄게!”
“우와! 진짜요?
가끔씩 방송되는 감탄사는 나에게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해준다.
마트에 도착하자마자 집어 든 마트용 장바구니에 과자 코너로 들어선 여니와 라미의 쉴 새 없는 폭풍 선택이 이어진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상상 이상이다.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눈에 보이는 먹고 싶었던 과자들의 선택은 순식간에 장바구니에 가득 담긴다. 이렇게나 좋아할까. 진작 플렉스 해주지 못한 아빠의 마음이 순간, 멈칫한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는 통제가 필요해 보인다. 여니와 라미가 장바구니에 넣은 과자들이 중복되는 예상치 못한 경우가 발생한다.
“그건, 라미가 골랐어~ 같이 먹으면 될 것 같은데?”
“어디요? 아, 있네! 알겠어요~”
온순한 양이 되었다. 말을 너무 잘 들어준다.
정확히 과자만 주워 담고, 계산대로 향한다.
삑, 삑, 삑, 삑.
쉴새 없이 울린 바코드 소리에 음.. 잠시 정신을 차려 본다.
3만 7천 원..
군 마트에서 3만 7천 원이면 적어도..라는 생각은 넣어둔다.
‘너희들이 좋아라 했으니, 그것이면 충분해!’
‘열심히 돈 벌어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