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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아세요?

by FreedWriter

그거 아세요? 저 모눈종이 샀어요 누워서 발로 박수 치면 기분이 좋아져요. 그거 아세요? 저 얼굴에 점 12개 있어요 할머니가 아빠 보고 도토리묵 가져가래요.


집에 와서 양말 한 쪽만 벗으면 누리죠 두 가지 쾌락 저는 귤을 먹을 때 꼭 마지막 두 개 남겨두고 오른쪽 왼쪽 볼에 넣고 같이 씹는 습관 있죠 문어 심장 세 개, 우리 집 콘센트 13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는, 핑킹가위입니다. (그거 아세요?)


귤에 붙어 있는 하얀 거 이름은, 귤락입니다 찰떡 아이스는 세 알이었고 하와이안 피자는 캐나다에서 만들었죠 제가 또 계란을 기가 맥히게 삶습니다 우리 아빠 안경 썼어요 오늘 아침 쑥 캐고 옴


병뚜껑 톱니 갯수 스물한 개 세계 규격으로 정해져 있죠 오늘 딸기 네 개 먹었어요 원래 다섯 개였는데 한 개는 딸기 씻어주신 어머니가 드셨죠 초코송이는 머리가 삐딱해서 귀여워요 갈비탕에 있는 당면은 싫어하지만 찜닭 당면은 좋아요 (그거 아세요?)


저는 술 마시면, 무릎 꿇고 샤워해요 블루베리 속살은 연두색, ‘머’라고는 표준어 리모컨이 어디 간 지 모르겠네요 엄마가 빨래 널래요. 저는 어깨 높이 달라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위의 내용은 가수 ‘이혁’님의 ‘그거 아세요?’의 가사다.


최근, 글을 쓰는 재미에 빠져 있다 보니 이런 글로도 노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사람들이 모를 수 있는 사물들에 대한 관찰을 통해 사실적 묘사와 자신의 현재 상황을 적절히 섞어 만든 노래 가사가 리듬의 옷을 입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한다. (’머’라는 단어가 표준어였다니.)


언제부턴가 여니의 음악 앱에서 흥얼거리는 노래였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새로운 사실에 대한 내용을 은근히 많이 알게 되는 노래다.


“여니는 어떻게 이 노래 알게 된 거야?”


“돌봄 같이 하는 오빠가 알려줬어요”


한없이 어린 줄 만 알았던 아이들도 나도 모르게 성장을 하고 있더라는 느낌을 격하게 받은 순간이었다. 25Km 행군도 완주할 정도니 어른들이 아는 것보다 아이들은 몰래몰래 불쑥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물어본다.


“여니는 노래 가사 중에 어느 부분이 제일 좋아?”


“저는 음.. 무릎 꿇고 샤워해요요!”


엥?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샤워할 때 무릎 꿇고 샤워해 봤어? 술도 안 마셔봤으면서 왜?”


(여니는 초등학교 1학년이다…)


“그냥 그 부분이 좋았어요”


음악 앱에서 가사까지 확인해가며 듣던 여니였기에 노래가 들려오면 정확히 따라 부르는 탓에 신기하기도 하면서도 왜 그 부분을 좋아할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그래서인지, 라미도 같이 따라 부른다.


리듬도, 가사도 거의 정확하게 흥얼거리는 두 아이 덕분에 웃음이 나지만,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의 카시트의 앉아 있는 두 아이의 노래는 소음인지, 소중한 꿈을 위한 준비인지 모르겠지만 함께 하는 두 아이와의 드라이브는 언제나 즐거우면서도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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