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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뽀하고 안아주기

by FreedWriter

여니와 라미가 어린이집을 같이 다니던 작년 초. 책 읽는 습관을 들여주기 위한 어린이집의 프로그램 중에 하나가 매주 목요일 책 한 권과 독서통장이라는 종이를 주고, 집에서 읽으면 부모의 서명을 받아 다시 제출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아이들의 미션인지 아빠의 미션인지 모르겠지만, 책 읽는 습관을 들이기에 좋은 취지여서 소파에 앉아 책을 읽어주곤 했다.

‘뽀뽀하고 안아주기'라는 책이 여니의 가방 안에서 살포시 고개를 내밀었고, 잠들기 전,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책 내용은 제목 그대로였다.

그때부터였다. 여니와 라미가 잠들기 전, 항상 외치는 말.

“아부지~ 뽀뽀하고 안아줘야죠~”

그래서 해줬다. 첫째 여니부터 둘째 라미까지. 오늘은 누구 먼저 해주세요라는 외침에도 상도가 있지. 첫째가 우선이었다. 아이들이 감기에 걸렸을 때 제외하고는.

아이들이 행복해해주는 모습에 나 또한 기분이 좋았다. 잠들기 전, 전쟁 같은 육아를 하고 난 뒤에 혼이 나더라도 아이들은 항상 반복해서 요구했다.

‘아빠가 혼냈는데도 해달라고 하네… … 혼난 건 혼난 거고 잠들기 전 연례 행사는 필히 해야 하나 보네'라고 느끼고 항상 해줬다.

사실, 고맙기도 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아빠의 사랑을 받고, 느끼고 싶었던 것일까.

그러나 점점, 아빠의 마음 한구석에는 그릇된 마음의 씨가 싹트기 시작했다.

‘해달라고 다 해주면 버릇 나빠질 거야’

그래서, 혼이 난 뒤에는

“오늘은 안 해줘! 여니 라미가 아빠 마음을 아프게 했잖아. 말도 안 듣고, 오늘은 그냥 자!”

분명, 아빠의 마음도 좋진 않았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도해 보았다. 여니와 라미가 같은 방, 붙어 있는 침대에 누워 둘이 소곤소곤하는 내용이 다 들린다.

“이봐 이봐. 얼른 자라니까 또 말 안 듣고 장난치고 있잖아!”

이윽고, 잠이 들면 왕이 된 마냥 큰 대자로 누워있거나, 무엇이 그렇게 힘들게 했는지 뜨거운 소금 위에 빨갛게 물든 새우처럼 쪼그려 자는 모습은 안쓰럽기만 하다. 미안한 마음은 잠이 든 이후, 원했던 모습을 꿈속에서라도 만나보라는 마음에 뽀뽀해 주고 안아준다.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직접 돌보며 함께 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너무나도 감사하다. 기쁨과 슬픔, 행복과 아픔, 선과 악이 하루에도 수십 번 오락가락하지만, 다중이 아빠의 지금 이 순간은 행복하다는 점.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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