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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라퍼

by FreedWriter

여니의 성격은 활기차다 못해 넘쳐흐른다. 어딜 가든 골목대장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 아빠의 성격인지, 엄마의 성격인지 모르겠지만, 주변에 관심도 많고 너무나 활동적이다.

하원하고, 학교 선생님과 약속한 1일 1운동을 해야 한다고 재촉한다. 그 운동은 바로 자전거 타기다. 줄넘기든, 달리기든 상관없지만 굳이 꼭 자전거를 타야 한다고 압박을 준다.

아파트 입구에 마련된 자전거 주차장에 자물쇠로 고정시켜놨기에 자전거를 탄다 하면 같이 내려가주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야 해서 같이 자전거를 타주거나, 벤치에 앉아 응급 대기를 해야 하는 아빠의 역할이다.

라미와 함께 자전거를 타기로 하고,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자전거의 잠금장치를 풀어주고 벤치에 앉았다. 위험하게 타는지,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불편함을 주지는 않는지 관리 감독의 역할이다.

아니나 다를까, 어린이용 자전거라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최고의 속도를 즐기기 위해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페달링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안돼! 천천히! 차분하게!”

발을 페달에서 떼고 두 발을 벌리고 타는 모습에는

“어어~ 그러다 다친다~”

오만가지 걱정을 하도록 친히 보여주고 타는 모습은 마치 분노의 버튼을 누르기 직전의 아빠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듯하다.

저녁을 먹으러 가야 하기에 그만 올라가자 하니 아직 날이 밝다며 더 타야 한다고 강력하게 어필한다. 조심해서, 다치지 않게 타는 것을 약속하고 저녁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먼저 올라왔다.

십분 정도 지났을까. 여니에게 전화가 왔다.

“아빠! 아까 같이 놀았던 친구가, 아빠가 지난번에 위험하게 왔다 갔다 하면서 자전거 타지 말하고 했는데 그렇게 타다가 다쳐셔 피가 나요.”

“여니 너가 다쳤다고?”

“아니, 저 말고 친구가요”

“그럼 친구 부모님께 전화해야지 왜 아빠한테 해?”

“친구 엄마한테 전화했는데 안 받아서 아빠한테 해요. 아빠! 집에 바르는 약이랑 밴드 좀 가져다주세요!”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 자녀가 다치지 않은 점에 대한 안도감과, 집에 가자고 했을 때 같이 왔다면 마주치지 않았을 상황과, 다친 친구 엄마가 전화를 안 받는다고 나한테 전화해서 약을 가져다 달라는 점, 저녁을 차리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아빠의 상황을 모르는 여니의 입장이 참았던 분노의 버튼이 눌려지고 말았다.

“친구 부모님한테 얘기하던가, 아니면 친구 집에 들어가서 약 바르면 되지 왜 아빠한테 전화해서 부탁해?! 얼른 들어가라고 해!”

친절하고 다정한 아빠의 모습을 기대했던 여니였을까. 다그치는 휴대전화 너머의 아빠의 목소리에 주눅이 들었는지 개미가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네. 알겠어요..”

전화를 끊고 준비하던 것까지 국까지 마무리하는 중에 방금 통화에 대한 나만의 사후강평을 내렸다.

‘아. 그냥 준비해서 내려가 줄 걸 그랬나, 그 모습을 기대했던 건 아닐까. 정 없는 아빠의 모습을 실망한 건 아닐까. 친구의 아픈 모습까지 보듬어주려는 여니의 마음을 몰라 준 건 아닐까.’ 미안한 감정이 앞선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 좋다. 다만, 등 하교할 때 온 동네 언니 오빠 친구들과 인사하며 정을 나누는 모습을 볼 때면 딱 이 단어가 생각난다.

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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