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게 계시는 장모님 덕분에 라미의 수술 부위를 소독해야 하는 진료를 도와주셨다. 다행히도 잘 아물고 있고, 수요일에는 실밥을 풀어도 좋다는 하셨다.
다행이었지만, 입술에 혓바늘이 난 것처럼 아프다고 해서 소아과 진료를 보셨다는 장모님의 전화를 받았다.
이런. 수족구란다. 금요일 야간에 수술하고 나서 주말을 보내는데 가끔 혓바닥이 아프다고 보여주는 라미에게 단순 혓바늘이겠거니 하고 넘겨 짚었던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웠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을 잘 아실 수족구라는 증상은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긴 하나 전염성이 강해서 어린이집을 등원할 수 없다. 일주일 정도는 격리가 되어야 하는 무서운 병이다.
여니와 함께 있으면 옮길 수도 있기에 장모님께서 이번 한 주는 봐주신다고 하셨다. 차라리 제가 데리고 있다가 둘 다 한꺼번에 아프고 동시에 호전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전달드렸지만, 장모님께서는 괜찮으시다며 봐주신다고 하신다. 죄송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이 나의 감정을 소용돌이 속으로 빠뜨렸다.
아픔은 한꺼번에 닥친다고 했던가. 지켜주지 못한 나 자신이 아빠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졌다. 잘해준다고 하지만, 정작, 내 기준에서의 잘해준다는 것은 두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수준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잘 알면서도, 아이들이 원하는 모든 걸 다 해주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는 것을 느끼면서 알 수 없는 감정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할머니와 함께 일주일을 지낼 라미가 한편으로는 편하게 지낼 수 있어 다행이기도 하지만, 손주를 돌봐주셔야 하는 장모님의 고생하심을 생각하면 죄송스럽기만 하다.
다행히 밥도 잘 먹고, 약도 잘 먹고, 잠도 잘 잔다고 하니 한시름 놓는다. 잔병치레가 없었던 아이들이었지만, 앞으로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나부터 잘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