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만 틀렸어요

받아쓰기

by FreedWriter

여니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첫 여름방학을 보낸 뒤 맞은 2학기. 모든 것이 처음인, 새로움의 시작이다. 1학기의 적응 과정을 잘 마쳤고, 본격적인 학교생활이 시작되는 듯한 교육 과정이랄까. 학교에서는 받아쓰기를 하기 위한 급수표를 우체통(알림장이라 하며, 얇고 투명한 파일철에 10개 단위의 10급수까지 있는 급수표)을 통해 집으로 보내주셨다.

어린이집 졸업반일 때, 학교 입학을 위한 준비과정중에 하나로, 학교에서 하는 형태와 비슷하게 한 주에 한 번씩, 집에서 연습한 뒤 선생님이 불러주시면 받아쓰고, 채점하고, 틀린 걸 써보는 연습을 해봤기에 걱정은 없었다.

급수표를 본 여니는 자신이 먼저 읽고 써보며 연습을 한다. 충분한 연습이 됐다면 아빠를 찾는다.

"아빠! 준비 다 했어요!"
"고뤠? 그럼 어디 해볼까?"

각 급수마다 10개의 문장이 순서대로 되어 있지만, 문제를 제출하는 출제자인 아빠는 그 순서를 무시해버린다. 실제 출제자인 선생님의 출제의도를 모르기에. 어떤 문장이 들리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받아쓸 수 있도록 연습하기 위함이다.

순서는 무작위로 불러주었지만,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쓰는 여니의 모습이 귀엽고 대견스럽기만 하다. 시험 전, 아빠와 함께 한 실전 모의고사는 백 점. 틀린 것 하나 없는 깔끔한 시험지. 아낌없는 칭찬과 내일 있을 시험도 준비한 만큼 실수만 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을 거라는 마시멜로 같은 달콤한 격려를 전달해 준다. 자기 전까지 짧지만 강력한 유튜브 시청 보장은 그 어떤 보상에 비교 불가다.

받아쓰기 시험이 끝나고 결과가 나온 오늘. 역시나, 정규 수업이 끝나고 돌봄반으로 가기 전, 여니에게 전화가 온다.

"아빠! 나 있잖아. 그 노래 부르는 거 있잖아 ... ..."
갑자기 노래 부르는 거 라니.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가만히 들어준다.

'아, 받아쓰기 문제 중 한 문장이었네'

그 문장 하나를 틀렸단다. 여니의 말속에는 백 점 받고 자랑해서 칭찬받고 싶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는 기분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그거 하나만 틀리고 다 맞은 거야?"
"네! 다른 건 다 맞았어요!"
"고생했어~ 그만큼 노력한 것도 훌륭해!
다음에는 원하는 점수 받아보자!"
"네! 알겠어요"

걱정과 아쉬움의 목소리는 그새 사라지고, 발랄한 여니만의 본연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리니 나 또한 기분도 덩달아 풀린다.

육아를 하면서 관련 책과 영상들을 많이 찾아보게 된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 중에 하나가 잘했다고, 역시 똑똑하다고 칭찬만 해주기 보다, 노력한 모습에 대해 칭찬해 주는 것이 더 나은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보았다. 그 뒤로는, 아이들이 하는 모든 행동에 대해 칭찬을 해줄 때는, 꼭 노력한 모습이 훌륭하다고 표현해 준다.

앞으로 어떤 성향으로 자라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가장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육아에 정답은 없지만, 전문가들의 철학과 앞선 이들의 책을 통한 배움이, 나와 아이들을 좋은 방향으로, 긍정적인 모습으로 성장하게 해준다는 것을 믿는다.

'오늘도 한 뼘 성장하기 위해 노력한 너희들을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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