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저녁을 준비할 때, 항상 밥, 국, 2~3가지 반찬을 준비해 준다. 미역국, 계란국, 콩나물국, 된장국 등 아빠는 셰프다. 가끔, 장을 보러 마트에 다녀오는 경우, 급박한 상황을 대비하여 조리된 국 종류 등을 대비해놓기도 하지만, 웬만해서는 직접 요리해 주려고 하는 편이다.
갈비탕은 홈쇼핑의 도움을 받는 소중하고 귀한 음식이다. 라미가 노래 불렀던 갈비탕이, 그것도 뼈가 발라져 버릴 것 하나 없이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갈비탕이 나오길래, 얼른 구매해서 두고두고 먹이는 중이다.
일요일 저녁은 콩나물국이다. 여니가 좋아하는 국이다. 소금을 조금 넣고 끓는 물에, 깨끗하게 씻은 콩나물을 넣고 끓인다. 콩나물의 숨이 살짝 죽으면 간을 하기 시작한다. 새우젓, 다진 마늘, 국간장, 연두, 까나리액젓, 대파까지 완벽하다. 그중 최고는 코인 육수다.
여느 때처럼 흰쌀밥에 국, 반찬을 가지런히 두고 저녁을 먹기 시작한다. 전투의 시작이다. 숟가락, 젓가락을 모두 사용할 줄 아는 둘이기에 먹여주지는 않는다. 입으로 들어간 음식은 최소 20번 이상은 꼭꼭 씹어서 넘겨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나란히 앉은 여니와 라미는 잠깐의 틈새도 놓치지 않고, 장난이 시작된다.
밥 먹는 시간을 정해놓고 먹지만, 시간 지나면 정리하겠다는 엄포도 내놓았지만, 마음 약한 아빠는 다 먹을 때까지 시간을 연장해 준다.
그러던 중,
여니가 국그릇을 팔꿈치로 건드려 쏟아져 버렸다. '아...' 깊은 탄식이 나왔다. 참을 인 세 번은 내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거봐! 장난치니까 쏟지?!"
"죄송해요... 닦을게요..."
핑계는 대지 않은 여니다. 자신의 잘못을 알았던 것이다. 화는 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행주를 가지고 와서 흘린 국물을 닦아내고 남은 식사를 모두 마친다. 아빠가 화를 내서인지 주눅 든 여니 옆에 "난 흘리지 않았어요"라고 당당히 말하는 라미의 모습은 너무나도 대조적이게 다가온다.
"항상 말하지만, 식사 시간에는 장난치거나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알겠어?"
"네. 알겠어요."
한바탕 소란이 지나고 다음날 저녁.
오늘 저녁은 갈비탕이다. 냉동도 아니라, 냄비에 끓여서 주면 되는 최고의 패스트푸드. 파를 다져서 조금 넣어주면 최고다. 학교와 태권도 학원까지 일정을 모두 마치고 온 여니와 라미는 여느 때처럼 먼저 샤워하고 나온다. 바로 저녁을 먹을 수 있게 준비해두었기에, 머리를 말리고 바로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기 시작한다.
아빠는 간단하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비빔밥이다. 아이들을 주고 남은 갈비탕은 덤이다. 배가 고팠는지 오늘은 평소보다 먹는 속도가 빠르다. 수월하게 먹어주니 고마운 마음이 들 때쯤이었다.
"죄송해요..."
'아...' 여니가 또 국그릇을 건드려 흘려버렸다. 어제에 이어 두 번째다. 활발하고 쾌활한 성격은 알겠는데, 왜 밥상에서 자꾸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인가.
"그래도 어제보다 덜 흘렸어요."
긍정의 마인드라는 아름다운 포장지를 씌워줘야 하나. 휴지로 흘린 국물을 묵묵히 닦는 여니의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괘씸하기도 하다.
'자랑이다. 참. 자랑이야.'
나는 그저 깊은 한숨만 내쉰다.
그런 내 자신을 보며 오늘도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것인가.' 아이들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엎지르고, 흘리고, 웃고 울면서 크는 게 아이들이니까. 내가 그 순간마다 화를 내는 건, 결국 내 기준에 갇힌 모습일 뿐이다.
조금 더 내려놓고, 조금 더 기다려주는 아빠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