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후 처음 맞는 동원훈련. 하필 그 기간 중에 하루가 둘째 라미의 생일이다.
돌봐줄 수가 없어, 장모님댁에서 2박 3일을 부탁드렸다. 생일 전날, 장모님께 메시지가 왔다. 생일상을 근사하게 차려주신 영상과 사진이 담겨있다. 내가 있었으면 그렇게까지 해주지 못했을텐데, 감사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교차한다.
동원훈련을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도착했다. 차가 막혀 아이들이 하원하는 시간과 거의 동일하게 집에 도착하다 보니 아무것도 준비해주지 못했다.
'오늘은 해주고 싶은거 다 해줘야겠다.'
굳은 다짐과 함께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을 반갑게 맞았다. 장모님께서는 어제 어린이집에서 생일파티 하며 친구들에게 받은 선물 한보따리를 갖다 주셨다. 준비해주신 여러 부모님들께도 감사한 마음이 앞선다.
일단 씻고, 저녁 메뉴를 물어본다. "짜장면이요!" 옳거니! 가장 빠르게 준비해줄 수 있는, 아니 배달을 통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를 해주는 여니와 라미가 아빠의 고단함을 알아준 걸까. 기특하면서도 고맙다.
전화로 주문한 짜장면이 씻고 나서 시간 맞춰 집에 도착했다. 맛있다며 연신 흡입하며 금방 먹었다고 자랑하는 라미. 이제 케익을 먹자고 하는데 미안했다. 준비해주지 못한 아빠의 마음을 알려나.
학습지 선생님이 오는 날이다. 약속한 시간에 오신 선생님과 함께 잠깐의 수업을 마친다. 친구들이 준 선물을 하나씩 풀어보더니 팽이 게임을 하자 한다. 피곤한 몸이지만 열심히 임무수행했다. 10번을 이기는 사람이 최종 승리자인데 이런. 누나가 이겨버렸다고 갑자기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는 라미.
"라미야,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거야, 다음에 잘 해서 꼭 이겨보자!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