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글모닝의 글감과, 육아를 같이 생각하며 쓴 글입니다.
미라글모닝에 연재한 글과 동일한 글임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아이들과 함께 바닷가에 가면 늘 벌어지는 일이 있다.
분명, 발을 씻고 나왔는데, 샌들 안에 가득 담긴 모래
“아빠, 여기요, 여기도 있어요”
여니와 라미의 외침에 아빠는 손과 발에 연신 물을 내뿜는다. 그런데 꼭 그럴 때면, 어딘가 숨어 있던 모래들이 종아리, 무릎, 얼굴, 팔뚝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분명, 보이는 모래는 다 씻어냈다고 개운해했지만, 그 모습이 꼭 아빠의 육아 같다.
아침에 겨우겨우 깨운 아이를 씻기고, 밥 먹이고, 양치까지 시켜놓으면, 어느새 옷은 음식물에 다시 젖어 있고, 머리에는 우유가 묻어 있다. “와르르 무너졌다...” 싶은 순간. 하지만 또다시 아빠는 웃으면서 아이들을 씻기고, 다시 시작한다. 아이들이 울상을 지었다가 금세 웃음을 되찾는 것처럼.
모래는 참 신기하다. 손에 꽉 쥐면 빠져나가고, 대충 움켜쥐면 의외로 오래 남는다. 육아도 그렇다. 계획을 세워 꽉 쥐려 하면 꼭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겨 흘러가 버린다. 그런데 조금 느슨하게 잡으면, 뜻밖의 즐거움이 손에 남는다. “아부지, 나랑 같이 놀아줘요!”라는 외침처럼.
모래알 하나하나는 별것 없어 보이지만 모이면 성이 되고, 해변이 되고, 추억이 된다. 매일의 육아도 그렇다. 오늘은 사소한 잔소리와 설거지와 청소일 뿐이지만, 언젠가 돌아보면 아이들과 함께한 모래성 같은 추억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오늘도 파도처럼 무너져도 다시 쌓는다.
육아란, 결국 매일 새로 짓는 ‘모래성 프로젝트’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