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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아빠, 둘만의 영화데이트

by FreedWriter

수요일은 여니와 라미가 태권도를 가지 않는다. 특별한 날이 아닌 이상 외가댁인 처갓집에 가서 하루를 보낸다. 라미의 수족구로 부득이하게 처갓집으로 강제 격리가 되어 온전히 여니와 함께 둘만의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근처 집 앞, 아파트 단지의 장이 서는 날이어서 하교 후 손잡고 놀러 갔다가 여니가 좋아하는 슬러시팝콘 하나를 손에 쥐고 집으로 향했다. 슬러시팝콘이라고 하지만, 팝콘 모양의 치킨이라고 할까. 여니가 좋아하는 간식이다.


"숙제도 다 했는데 여니는 뭐 하고 싶어?"

"음 아빠랑 헌트릭스 보고 싶어요!"

"지난번에 봤는데 또 보고 싶어?"

"네! 제대로 못 봤고, 아빠는 보다 잠들었으니까"


집에서 아이들과 같이 영화를 보면 이상하리만큼 그 시간은 나에게 꿀 같은 낮잠 시간이 된다. 그걸 기억하는 걸까. 오늘은 같이 보기로 약속하고 집으로 향했다.


드문 드문 기억나는 영화, 한 시간 반이 넘는 영화를 같이 봐야 한다니, 황금 같은 시간이지만, 여니와 함께 하는 더 소중한 시간으로 생각하고 같이 보기 시작했다.


미적, 예술적 감각이 저조한 나는, 사실 애니메이션 영화에 대한 관심도 딱히 많지 않지만, 딸과 함께 하는 시간이니 오늘은 기필코 졸지 않고 보겠노라 다짐한다.


워낙 유명한 애니메이션 영화라 스토리는 다들 잘 알겠지만, 탄탄한 구성과 계속 이어지는 노래는 마치 뮤지컬 같다는 느낌과 환타지성 성격으로 영화는 영화구나라는 느낌을 받는다.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여니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구성이다. 여니가 좋아하다 보니, 라미도 좋아하는데 함께 하지 못한 아쉬운 마음뿐. 사실, 둘이 같이 있었다면 영화를 보여주지 않았을 것 같다. 책과 친해지게 하기 위해 책 위주의 프로그램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분명, 나는 눈만 감았다 떴는데 영화의 중간이 사라져 버렸다. 여니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다행히 눈치는 못 챘는지 아무 말이 없다. 혹여나, 눈치채고 다음에 또 보자 하면 큰일이다.


나의 일탈의 탈출은 잠깐 이었고, 이내 영화가 끝났다. 약속한 대로 여니는 씻으러 가고 아빠는 저녁을 준비하러 주방으로 향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야 초등학교 1학년의 철없고 발랄한 여자아이이고,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나이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는 여니가 과연 아빠인 나에게 같이 영화 보자고 해줄까.


지금도 친구들하고 놀고 싶어 집에 오기 전에 친구들하고 놀이터에서 놀고 싶어 하는데, 주말에도 친구들한테 연락해서 같이 놀자고 하는 모습 보면, 여니만의 사회생활을 벌써부터 형성하고 있는데, 과연 어떨까.


바쁘다고 안 놀아 주겠지? 벌써 서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도, 현재라도, 아이들이 함께 해주고 있을 때, 귀찮다고, 피곤하다고 피하지 말고 나중을 위해서라도 충분히 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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