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투스
우리가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블루투스. 이름부터가 흥미롭다. 직역을 해보니 ‘푸른 이빨’이다. 직역이 떠올리는 이미지는 현대적이거나 기술적인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블루투스라는 어원이 문득 궁금해진다.
블루투스라는 독특한 이름은 천 년 전 덴마크의 한 왕에서 비롯되었다. 하랄드 블로탄, 즉 블루투스 왕이라 불렸던 그는 서로 대립하던 부족들을 하나로 묶어 덴마크와 노르웨이를 통합한 인물이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그의 치아 하나가 썩어 푸른빛을 띠었다 하여 붙여진 별명이라고 한다.
이 고대의 이야기를 현대의 기술자들이 끌어온 까닭은 무엇일까. 그들은 서로 다른 회사, 기기, 규격으로 나뉘어 있던 무선 통신 환경을 하나로 통합하고자 공통 표준을 만들려고 했다. 하랄드 왕이 부족들을 통합했듯이 블루투스 기술은 이어폰, 마우스, 자동차 오디오 같은 기기들을 하나의 언어로 묶어내는 데 성공했다. 전선에 매여 있던 유선 연결의 제한을 자유롭게 풀어주며, ‘통합’이라는 의미를 현대 기술 속에 되살린 것이다.
블루투스의 본질은 결국 연결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신뢰의 파동. 우리는 그 연결 덕분에 낯선 전자기기들을 곧바로 이어주고, 음악을 나누며, 메시지를 전한다. 거리에 제약받지 않고 이어지는 이 무선의 세계 속에서, 블루투스는 단순한 기술 용어를 넘어선 상징이 된다.
나는 이 이야기를 통해 깨닫는다. 기술은 늘 사람의 삶과 닮아있다는 것을. 블루투스가 기기들의 언어를 하나로 모았듯, 우리 역시 분열된 관계를 이어줄 수 있는 ‘푸른 이빨’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서로 다른 생각과 마음을 하나로 묶는 보이지 않는 파동, 그것이야말로 블루투스가 남긴 가장 큰 메시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