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빵 한 조각에 어린 날의 추억이 깃들어 있다.
어릴 적,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자주 사주시던 그 빵. 오돌토돌한 겉면은 바삭했지만, 한입 베어물면 곧바로 촉촉한 속살이 따라왔다. 그 안에는 소박하게 숨어 있던 하얀색 크림과 빨간색 딸기쨈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맘모스 빵이다.
그 맛은 화려하지 않았다. 크고 단순했지만, 그래서 더 크게 느껴지는 따뜻함이 있었다. 할머니 손에 들린 종이봉투에서 막 꺼낸 빵의 향기, 그리고 그 빵을 바라보며 즐거워하던 내 얼굴. 그 때의 기억은 마치 지금 막 구워 나온 빵처럼 생생하다.
세월이 흐른 지금. 그 맛을 다시 찾으려 빵집을 기웃거려 보았다. 하지만 옛날 그대로의 빵은 어디에도 없었다. 크림은 더 진해졌고, 잼은 화려하게 변했으며, 심지어 새로운 재료들이 더해져 이름조차도 변해버렸다. 메머드빵. 사람들은 더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맛을 찾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할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겐 그 모든 변화가 오히려 옛날의 맛을 지워 버린 듯 했다.
나는 여전히 그 단순하고 따뜻했던 빵을 찾는다. 어쩌면 그 빵은 지금,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빵이 아니라 할머니의 마음, 할머니의 손길이 만든 맛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 빵집 앞을 지나칠 때면 무심코 발걸음을 멈춘다. 혹시나 그때 그 빵이, 그 때 그 마음이 다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지 않을까.